[Book] 반전의 품격 - 통쾌하거나 찝찝하거나 찌질하거나 위대하거나

[Book] 반전의 품격 - 통쾌하거나 찝찝하거나 찌질하거나 위대하거나

  • 채성숙 기자
  • 승인 2021.06.1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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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항 지음 / 면수 304쪽 / 위북 출간

[ 매드타임스 채성숙 기자 ] 반전의 위력은 단계를 하나하나 밟지 않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도 단번에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마치 주사기로 뇌에 칩을 심어서 지식을 주입하는 것처럼 빠르고 확실하게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런 점에서 변화와 수용이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디지털 시대에 반전 커뮤니케이션은 무엇보다 필요한 요소이다.

스스로를 광고하고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시대, 어떻게 하면 나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반전 기법의 핵심은 뒤집 어서 보는 것이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을 반대로 해보는 것이다. 채우기보다는 빼고, 힘을 주기보다는 느슨하게, 약점을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내는 데서 반전의 효과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인 박재항 대표는 광고전문지 <매드타임스>에 연재했던 칼럼을 중심으로 소통하고 예측하고 포착하고 즐기는 반전의 미학을 보여주는 《반전의 품격 - 통쾌하거나 찝찝하거나 찌질하거나 위대하거나》를 출간했다.

이 시대에 필요한 극적 반전의 효과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졸업식, 학생 대표가 연설을 했다.

“지금 전국의 거리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습니다.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이 들끓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법과 질서가 필요합니다. 법과 질서가 없다면 이 나라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참석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참이 지나 박수 소리가 가라앉았을 때, 연설을 하던 학생 대표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제가 한 말은 1932년 아돌프 히틀러가 했던 것입니다.”(150p)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반전 시위와 인권 운동이 한창이었고 정부는 무력으로 이를 진압하던 시기였다.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지 말라는 식으로 구구절절 호소했다면 청중의 반응은 어땠을까? 오히려 반론만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상대의 말문이 턱 막히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리하여 한 큐에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바로 반전 커뮤니케이션의 묘미이자 극적 효과이다.

반전 매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람들은 반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놀랄 준비를 하고 반전이 나오길 기다리고 좋아한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에 의존하여 미리 짐작한 이야기의 전개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눈이 동그래지고 정신이 번쩍 든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사실을 전달하는 데도 이런 반전이 있어야 효과가 발휘된다.”(프롤로그 중에서)

반전의 묘미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도 유용한 요소다. 특히 다양하게 발달된 SNS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디지털 원주민들에게 반전 캐릭터, 반전 매력은 필수다. 본캐(본래 모습) 유재석은 토요일이면 부캐(새로운 모습) 지미유, 유야호, 유부장 등으로 등장해 유쾌한 모험을 한다. 박세리가 셰프로, 박찬호가 골프 선수로, 박지성이 사이클 선수로 도전하는 것도 반전 매력이다.

그러나 의도한 반전이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역주행 콘텐츠들이다. 자칫 반전 기법을 잘못 썼다가는 위대하기는커녕 한없이 찌질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위대하고 품격 있는 반전을 위해

동양사학을 전공한 21세기 브랜드 전략가이자 광고인 박재항은 직업 인생을 반전 스토리와 함께 했다. 바로 15초의 미학이라 불리는 광고다. 그 짧은 시간을 충분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반전 기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반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동양철학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인문학과 상업주의 광고의 사례를 버무려서 15가지 반전 키워드를 뽑았다. “콘텐츠나 인생을 보매 기획과 실행 및 결과에서 찌질한 반전도 있고, 위대한 반전도 있다. 어떻게 위대한 반전을 커뮤니케이션에서, 그리고 나아가 인생에서 이룰 수 있을까.”

히틀러의 연설을 빌려서 반전의 분위기를 연출한 하버드 로스쿨 대표, 도널드 트럼프의 근거 없는 의혹을 한마디로 물리친 오바마의 연설, 회사일에 집중하기 위해 오히려 업무를 줄여버린 구글의 방식, 10만 달러의 기부를 거절하자 오히려 30만 달러를 얻게 된 단체, 책에는 반전의 스토리가 넘쳐난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짧은 에피소드로 강렬한 반전 기법을 소개한다.

 


저자 박재항

3개의 캐치(The Catch)로 자신을 소개한다.

《삼국지》 키드로 자라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것이 첫 번째 캐치였다. 인문학과 중국이다. 미군 용병 소리를 듣던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고,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미국이 두 번째 캐치였다.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제일기획, 이노션,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와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을 거치며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브랜드를 광고 회사와 광고주 입장으로 거친 것이 세 번째 캐치가 되었다.

2017년부터 글로벌 마케팅 그룹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MZ세대 마케팅 최첨단 대학내일의 사범(고문), 2019년부터는 문화예술을 통해 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오늘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 《브랜드 마인드》 저서와 공동저자로 참여해 ‘일차대전과 국가 브랜딩’, ‘광고 마케팅과 문화상품의 상호작용’ 등의 글을 발표했다. 3가지 캐치의 기반 위에서 인문학,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의 결합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World in Brand, Brand in World>라는 블로그와 ‘박재항의 희·영·아(희곡으로 배우는 영어와 아메리카)’를 포함해 교육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유튜브 <Jerry’s Pie>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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