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세상을 바꾸는법

광고가 세상을 바꾸는법

  • 신숙자
  • 승인 2022.10.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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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삭막한 전쟁터. 갑자기 울려 퍼지는 노래. 누군가 전쟁터에서 들을 수 없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러자 상대 진영에선 그 노래에 맞춰 백파이프 연주를 시작한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전쟁터. 그 곳에 자취를 감춘 노래가 시작됐다. 총을 겨누던 적군들은 함께 모여 노래를 한다. 급기야 각 진영 지휘관은 하루 동안의 휴전을 선언했고, 그들은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긴다. 

1914년 1차 대전이 한창이던 겨울, 독일군과 영국, 프랑스 연합군의 이야기다. 크리스마스니까 하루만 휴전하자고 했던들, 먹히지 않았을 이야기. 누구나 추억 하나쯤은 갖고 있는 캐롤이 울려 퍼지자 양 진영 군인들의 마음이 움직였고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비록 전쟁이 아예 멈추는 데까진 닿지 않았어도, 하루 동안 그들은 서로를 가족의 한 사람으로, 크리스마스를 추억하는 인간으로 봐준 것이다. 노래 한 곡이 일으킨 큰 변화다.

Photo by British Library on Unsplash
Photo by British Library on Unsplash

광고는 세상이 몰랐던 불편함을 꺼내 변화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변화는 엄청난 발명이 아니어도, 새로움이 있다면, 공감이 있다면 시작된다. 노래가 없던 전쟁터에 울려 퍼진 노래처럼,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모두가 기다리던 ‘새로움.’ 불편한 줄 몰라서 감내하는 일상은 사실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해결책이 있으면 평범했던 순간들도 불편한 일상이 된다. 

스마트폰이 있기 전엔 오프라인 세상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온라인 세상이 활성화되니 오프라인의 번거로움이 불편함으로 변하는 것처럼. 광고는 세상이 몰랐던 불편함을 꺼내 새로움으로 변화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전쟁터에 울린 노래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작지만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해.

광고로 공론화한 청소년 금연

사람들의 사라지지 않는 고민 중 하나는 금연이 아닐까. 끊기 어렵기에 늘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는다. 힘들게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이 나와도, 병들어가는 폐가 패키지에 찍혀도 사람들 결심을 크게 바꾸지 못했다. 알고 있지만, 쉽게 바꿀 수 없는 흡연. 늘 위협으로 일관하던 금연광고가 어느 날 밝게 바뀌었다. 

금연이 아니라 ‘노담.’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줄임말을 적용해 만든 노담은 ‘담배는 NO’라는 의미를 내포한다. 게다가 매체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청소년 흡연이 전면에 나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문제아를 표현할 때나 쓰였던 청소년 흡연을 오히려 광고의 소재로 내세우고 그들의 건강한 문화를 얘기했다. 어떤 문제를 변하게 하려면 숨기는 걸로는 힘이 닿지 않는다. 공론화하고 모두가 터놓고 얘기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 청소년 금연광고는 그렇게 새로운 시도를 했다. 어른들이 보기에 소위 ‘날라리’로 보이는 아이들이 오히려 담배는 안 핀다는 건강함. 아이들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 그리고 그들의 노담 문화. 광고는 많은 선입견과 터부시되는 이야기들을 담아 효과적으로 소통했다. 지금도 여전히 노담 문화는 계속되고 있고, 전자담배를 피는 성인
들로 확장됐다. 

이제 모두 ‘노담’이라는 단어를 알 만큼 일상어가 됐다. 광고는 비록 상업적인 운명을 띠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의 방향과 문화를 바꿀 때도 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와 광고회사의 광고 메시지와 표현이 중요하다.

출처: 보건복지부 노담캠페인 홈페이지
출처: 보건복지부 노담캠페인 홈페이지

새로운 클래스의 일상을 말하다

‘우리 아빠 콘덴싱 만들어요’는 모두를 즐겁게 한 유행어다. 아빠를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은 모두를 웃음 짓게 했다. 아무도 친환경 보일러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 때 가장 먼저 콘덴싱을 내세워 친환경을 얘기한 경동나비엔. 콘덴싱으로 환경을 지키는 경동나비엔의 큰 생각과 아이의 뿌듯함이 잘 맞물려, 광고는 큰 반응을 얻었다. 일관성 있는 메시지는 브랜드 선호도와 향후 구입 의향을 묻는 질문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지금은 경쟁사들도 콘덴싱 보일러를 내세울 만큼 보일러의 대표 카테고리가 됐다. 경동나비엔이 ‘친환경’으로 가는 보일러의 방향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올해는 새로운 방향으로 향한다. ‘부모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겠어요’라는 카피가 큰 반향을 얻었을 때는, 어렵게 연탄을 때는 부모님을 위해 보일러를 설치하자는 난방 얘기였다. 보일러는 난방하면 떠오르는 제품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좋아지자 겨울에나 쓰던 온수를 여름에도 쓰기 시작했다. 중앙난방이어서 혹은 난방비 때문에 아주 추운 겨울에나 만나던 온수. 이제 계절에 상관없이 온수를 누리는 때가 된 것이다. 그래서 경동나비엔은 보일러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꾸려고 한다. 난방 중심이 아닌 온수 중심의 보일러로.

지금까지는 보일러가 난방만 잘 되면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보일러의 태생은 난방이기에, 뜨거운 물 나올 때가지 기다려야 하고, 설거지할 때 샤워하면 온수의 온도가 왔다갔다해도 그러려니 하면서…. 

경동나비엔은 이제 이 온수를 더 잘 누리자는 얘기를 시작한다. 일정한 온도, 틀면 빠르게 나오는 온수, 동시에 써도 양이 일정한 온수. 지금까진 솔루션이 없어서 견뎠지만 경동나비엔의 온수중심 보일러(나비엔 콘덴싱 ON AI)는 이런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고, 새로운 클래스의 일상을 제시한다. 난방은 기본이고, 나아가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온수로. 보일러의 계절성을 탈피하여 보일러를 넘어 새로운 온수가전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광고도 비수기인 8월에 온에어됐다. 영화적인 화법으로 얘기하는 유지태와 김혜수의 멋진 모습과 함께. 경동나비엔의 변화로 사람들은 온수를 보는 눈이 더 높아질 것 같다. 

출처: 경동나비엔 홈페이지
출처: 경동나비엔 홈페이지

광고는 ‘쉬운 말’로 변화를 만들어 간다

우리에겐 학창시절 수없이 들었던 이름, 위대한 영웅 이순신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봤을 때만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국내 최대 관객 동원 영화인 <명량>을 보면서 우리는 ‘이순신’이라는 위대한 영웅의 무게감을 체감했고,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졌다. 광고나 영화·음악. 이 모든 건 사람들에게 쉽게 말을 건네고, 공감하게 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래서 광고는 늘 더 쉽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어려운 걸 가장 쉽게 얘기하는 게 고수의 경지이듯, 광고 콘텐츠는 늘 쉬운 말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담하는 세상이 오도록, 더 많은 사람이 온수의 가치를 제대로 누리도록.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는 시작이 되기 위해. 

 


신숙자 HS애드 CD

※ 본 아티클은 한국광고산업협회 발간 <The Ad> 칼럼을 전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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