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변모하는 한국 및 아시아 광고산업: 애드아시아 서울. 2023년 10월 24일-27일

[신인섭 칼럼] 변모하는 한국 및 아시아 광고산업: 애드아시아 서울. 2023년 10월 24일-27일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3.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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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아시아 서울 프로그램북 표지
애드아시아 서울 프로그램북 표지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4일에 걸친 아시아 최대의 광고 잔치가 끝났다. 애드아시아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격년 아시아 광고산업의 큰 행사이다. 10.24-27일 4일간의 애드아시아 행사가 끝난 다음 일요일에는 애드아시아 조직위원회는 이 대회를 성황리에 끝나게 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하는 메일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일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국내이든 국제이든 행사가 끝나면 곧 잊어버리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1년이 넘게 준비한 3~4일의 행사가 끝나면 행사 준비에 직접 관련된 사람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히 피곤해진다. 물론 행사가 끝났다고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1개월은 뒤치다꺼리가 남는다.

국제회의가 성공하려면 세 가지 조건이 따른다. 첫째 종잣돈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애드아시아는 정해진 스폰서가 있는 행사가 아니라, 벌어서 써야 한다. 가장 중요한 수입은 대회 참가 등록금인데, 대개 행사가 시작되기 두서너 달 전에 들어온다. 그러니 행사 준비 기간에 필요한 돈, 즉 종잣돈이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좋은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좋은 연사를 초청해야 한다. 그런데 여러 나라 광고계에서 유명 인사를 찾아 연사 수락을 받는다는 것은 언뜻 생각하듯 쉬운 일이 아니다. 저명한 인사는 최소한 1년 전에 예약이 필요하다. 20여 개 국이 참석하는 애드아시아는 연사의 국가별 안배도 고려해야 한다. 즉 “외교”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많은 손님, 즉 참가자가 와야 한다. 이것 역시 주최 측 노력과 크게는 주최국과 참가국이 있는 지역의 정치 경제적 상황, 그리고 그 회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 고려 사항이 필요하다. 세 가지 요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은 두 번째인 프로그램, 즉 흔히 말하는 콘텐츠임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 대회의 슬로건은 "The Digital Race: Ready Set Transform"이다. 1984년 한국이 주최한 최초의 애드아시아와 그리고 우리가 최초로 주최한 광고의 올림픽이라 부르던 1996년 IAA 서울 광고 대회 때 프로그램 작성에 관여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번 애드아시아 서울 대회 프로그램은 한 마디로 높은 전문성이 스며 있다고 할 것이다. 주최 기구인 한국광고총연합회 김낙회 회장의 경력과 능력, 노력의 반영이라 할 것이다.

개막 선언하는 김낙회 조직위원장
개막 선언하는 김낙회 조직위원장

김낙회 회장은 공채 출신 제일기획 최초의 사장이며, 클라이언트인 삼성전자를 위해 세계 곳곳을 방문했다. 제일기획이 일본 하쿠호도와 맺은 합작 관계로 일본 광고계와는 오랜 업무 관계도 있었다. 영어와 일본어도 능한 그의 국제적 인맥은 이번 대회 연사 섭외의 결정적인 자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100억 달러가 넘고 세계 10위권에 들어간 한국 광고산업은 여러 분야에서 풍부한 인적 자원이 되었다. 그것은 이번 대회 한국인 연사들의 회사 업종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이원진 사장과 제일기획 김종현 사장의 연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한국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편한 차림에 느긋한 몸가짐과 테이블 없는 강단을 오가면서 서로 이야기 나누듯 말하는 태도는 청중을 사로잡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언뜻 스티브 잡스의 신제품 소개 프레젠테이션을 연상케 했다. 디지털 시대 새로운 CEO의 출현을 연출했다고나 할까. 이런 의미에서는 제일기획 김종현 사장의 14년 주기의 커뮤니케이션 변화도 흥미로운 연설이었다. 이 밖에도 더 많은 훌륭한 발표가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2023년 애드아시아 서울에는 매우 부정적인 여건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중국과의 복잡한 관계 때문이다. 중국 본토와 대만과의 긴장도 대회 참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2위의 광고비 보유국인 중국의 국제 광고 행사 진출은 주목할 일이기 때문이다.  

DOOH 세션 프로그램
DOOH 세션 프로그램

애드아시아 서울 2023년이 남긴 공헌은 OOH 광고의 디지털화를 테마로 한, 둘째 날 오후 3시간에 걸친 발표였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가장 오래된 옥외광고 매체의 가장 큰 약점은 다른 매체 효과 측정 자료와 비길 만한 수준의 측정 기준이 없다는 것이었다. 선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터넷과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뒤에야 다른 매체 자료와 대비할 만한 매체 효과 측정 자료가 등장했다. 한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옥외광고 효과 조사에 대한 연구가 급진전하게 될 것이다. 세계 옥외광고협회(World Out-of-Home Organization) 톰 고다드 회장의 연설과 일본의 현황 발표 및 한국 포도 미디어 김대원 대표가 사회자가 된 세션이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도코모와 덴츠 합작 라이브 보드(Live Board)사 사쿠라이 최고경영자의 발표와 토의는 여러 시사를 주고 있다. OOH 효과 측정 전문 회사의 설립 시기로 보아서는 일본의 라이브 보드는 2019년이므로 앞선 것은 아닌데, 이것이 오히려 시사하는 바가 될 수도 있다. 이미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하이브스택 대표의 프로그래매틱 조사를 다룬 내용도 한국 OOH 효과 매체 측정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OOH 세션 마지막 현대 퓨처넷 소장의 발표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체 효과 측정 자료 면에서 가장 뒤진 한국의 OOH 산업이 도약의 계기가 된 것이 이번 애드아시아 서울이 되기를 바란다.

국제회의란 어떻게 보면 동네잔치라고 할는지 모르나, 글로벌 시대일수록 더욱 필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한국이 세 번째로 주최한 애드아시아란 명칭은 1984년 한국 최초의 국제 광고 행사 때 우리가 만든 이름이다. 39년 전의 일이었다.

나흘을 위한 지난 2년의 준비와 회의 전 며칠은 선잠을 지냈을 담당자, 그리고 대회를 위해 수고한 모든 분의 노고, 또한 프로그램 책자 마지막 페이지에 이름이 나와 있는 50개 스폰서의 도움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애드아시아 2023 서울은 한국의 광고 산업 나아가서는 아시아 광고 산업의 놀라운 변화의 상징이었다. 프로그램 책자 홀수 페이지 맨 위에 있는 "The Digital Race: Ready Set Transform"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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