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꼰대”가 하는 말

[신인섭 칼럼] “꼰대”가 하는 말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1.11.1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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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MZ 세대란 말 지금쯤은 우리나라 외래어 가운데 끼게 되지 않았을까. 올해 봄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압승한 뒤부터는 MZ가 무명의 정치 세력으로 등장했다 기껏해야 10년밖에 안 된 SNS, 디지털, 스마트폰 시대가 낳은 현상이랄까. 

한국에 유일한 홍보(PR) 월간지인 THE PR은 지난 11월호 표지 제목을 “별에서 온 M, 달에서 온 Z"라고 달았다. 그리고 바티칸궁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그림을 연상케 하는 그림을 배경에 깔았다. "Cover”라고 한 13페이지 설명에 보니 "MZ" 세대를 “M”은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이고 “Z”는 1995~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라 했다. 그러니 “Z" 세대는 인터넷이 등장한 후에 태어난 젊은이이다.

꼰대 호칭도 면할 겸 글도 재미가 있어 읽다 보니 진짜 모르는 말이 수두룩하게 나타났다. 모두 들 수는 없고 몇 가지만 골랐다.

무두절 : 상사 혹은 과장, 부장, 편집부장 등 윗분이 없는 때

경신스 : 경제신문 스크랩의 머릿글자 셋. MZ 세대가 일자리 찾기 따위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경제신문에서 찾아내서 모은 스크랩

들똑라 : 중앙일보의 라디오 팟캐스트 듣다 보면 똑똑해진다는 뜻

필터 버블 : MZ세대가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들은 알고리즘에 따라 취향에 맞는 콘텐츠만을 보여 주는 경향. 두 낱말 모두 영어이다.

보는 읽기 : 디지털 상에서 MZ세대가 텍스트 글을 훑어 보는 방식인데 읽는 것이라기 그저 훑어 본다는 것.

밀실 : 밀레니움 실험실의 약자. 멋들어진 영어와 우리 말의 배합이다.

MZ세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롯데 영등포점 1층의 스니커즈 리셀 매장과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로 구성된 “힙화점”이 등장했다. E-마트 24에는 “딜탐“이 생겼는데 ”딜리시어스(Delicious) 비밀 탐험대“에서 만든 것이고, ”맥부심“은 ”매운 맛을 잘 먹는 자부심“을 줄여 만든 순수한 우리말 코너이다.

롯데백화점의 밀레니얼 트렌드 테이블(MTT)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학생들의 팀 프레이 진행 과정을 접목했다. MTT란 Millennial Trend Table의 머릿글 약자이다. hy는 유투브 채널 ”야 임마TV"를 개설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기업문화 재창조를 위해 "리부트(RE;BOOT) 신한"의 목적으로 MZ세대 중심으로 자치조직인 ’후렌드(Who-riend)를 만들었는데 재치 있는 영어 낱말 바꾸기이다. 그 이유는 20~30대의 고객이 중요해졌고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목적으로 우선 사내의 이 연령층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퍼진 말들 가운데는 “맘 카페”, “핫 플레이스”, “주니어 보드“, ”리버스 멘토링“ 등도 있다. 모두 영어로 만든 말들이다.

정해진 룰과 깔아 놓은 철로를 따라 상사가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던 세대가 아니라 사회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를 구분해서 Yes만이 아니라 No를 할 줄 아는 세대로서 윗사람 눈치만 보던 세대는 갔다는 것인데 그 표현이 걸작이다. “노빠쿠 풀 악셀”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어느 나라 어떤 말 사전에도 없을 말인데, 영어와 일본말의 뒤범벅이다. "노빠쿠"는 "No Back"이고 물러설 수 없다는 뜻인고, “빠쿠”란 Back의 일본식 발음이다. “풀 악셀”은 “Full Accel (eration)"이다. 즉 전속력이라는 말이므로 물러설 수 없으며 전속으로 전진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일이 있는데 이 MZ 세대 모두가 “보는 읽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새로 나온 말 가운데 “6 DP"란 말이 있는데 "DP"는 Daily Paper 즉 일간신문이라는 말이다. 보수와 진보가 섞인 6가지 일간신문을 2~3시간 읽고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지난 9월 6,000명의 팔로워가 최근 10,000명을 넘었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을 돈벌이 사업으로 시작했다면 멋진 Start-up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종이 매체인 신문, 잡지 이탈이 세계적인 현상인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기성 매체 경영자가 찾은 것이 아니라, MZ가 찾아 준 셈이라고나 할까. 이 채널 운영자이자 BTN 라디오에서 근무 중인 진 PD(90년대 초 태생)의 말이 흥미진진하다. “MZ 세대가 종이 신문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 종이신문이 따분한 줄 알았는데 막상 접하고 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는 소식아 많아 구독을 시작했다는 반응이 많다.”

이야기가 비약하지만, 2030 세대가 2020년대에만 있은 것은 아니다. 김동진은 20세인 1933년에 이은상이 29세에 쓴 시조 “가고파”를 작곡했다. 시집 “진달래 꽃”은 김소월(본명 김저식)이 1925년 그의 나이 23세 때 출판되었다. 윤봉길 의사가 중국 상해 홍구공원에서 일본군에게 폭탄을 던졌다. 그의 나이 24살이었다. 3.1 운동 때 독립만세 사건으로 잡혀가 옥사한 유관순은 18세였다. 1960년 4.19 학생혁명은 그 이름처럼 그 시대의 MZ 대학생이 일으킨 혁명이었다.

MZ세대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스냅타임에서 사용하는 낱말들이 있다.

“이슈잇수“, ”다 잇소”, “요즘 것들의 시선”, “You 돈 Know", "괜찮아 20대야“ 따위이다. 재미있고 생기 팔딱팔딱하는 말들이다.

세대를 기술하는 영어는 우리도 사용한다. 나는 Baby Boomer를 낳은 세대여서 이름이 없다. 국민 1인당 소득(미국$ 표기라고 나무라도 OK) $70(1954), $100(63), $1,011(77), 10,168(94) 그리고 +$30,000(2021)를 살았다.

모든 일에서 No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사회 그런 지도자이면 OK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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