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단성사(團成社) 개관 10주년 'DANSUNG WEEKLY' No. 290. 1928.12.21.

[신인섭 칼럼] 단성사(團成社) 개관 10주년 'DANSUNG WEEKLY' No. 290. 1928.12.21.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0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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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sung Weekly 290호 (1928.12.21.) 표지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누구의 그림인지 모르겠다. 클레오파트라인가? 자세히 보니 그림 오른쪽 아래 구석에 낙관이 있다. 文 一 (문 일), 아마 펜네임이겠지. 1928년 12월 21일 단성사 전단 제290호 표지이다. 8 페이지에 있는 그림은 노마 탈매지(Norma Talmadge)의 주연인 미국 무성연화시대 배우 주연 <홍구(紅鳩)>라는 영화 광고이다.

<단성사 개관(團成社 開館)만 10주년을 마지면서>라는 사장 박승필(朴承弼)의 인사말. 기특하게도 團成社라는 이름 빼고는 모두 한글이다. 되도록 원문을 살려 읽기 쉽게 고쳐 적으면 다음과 같다.

해마다 맞아 오는 기년식이 한번 두

번 가는 줄 모르게 십년을 맞게 되었습

니다. 네----그저 제가 무슨 재주가

있고 실력이 있겠습니까. 여러 손님

께서 한결같이 단성사를 사랑하여 주

신 은택이외다. 십년이 하루같이

이때까지 유지하여 온 것을 생각하오

면 참으로 감개무량이외다. 앞으로도

길이 길이 우리 團成社가 어떠힌 파

란과 굴곡이 있다 할지라도 여러 분이

계신다음 꾸준히 나아갈 것을 믿을

뿐이외다. 10년을 맞으면서 변변치

않은 몇 마디 말씀을 여쭙게 되었습니

다.

쉬운 말로 그리고 당시로써는 기특하게 순 한글로 적은 이 인사말은 오히려 진솔함을 느끼게 한다. 이 인사말 맞은 페이지에는 새봄에 개봉할 영화 소개 및 해설이 있다.

<뻰하>! 역사가 있은 후 처음으로 인류가 영화 중의 최고위

로 추장하고야 말 이 <뻰하>는 전 12권으로 어떠한 최고의

찬사로도 능히 본편의 위대성을 들어 설명하기는 어려웁겠다는

선전자의 과장이 너무 컸다는 말을 공개 시 여러분께선 아니

하실 것 같습니다. 장차 호를 따라 해설 및 본편 내용을 소개하

여 보겠습니다. (<뻰하>는 Ben-Hur이다. 선전자란 선전하는 사람을 말한 것이다)

긴 문장이다. 무성영화 시대 예고 편이다. 아마도 카피라이터가 1920년대 영화 소개 광고의 과대 과장의 표본으로 연구할 만한 카피이다.

개관 10주년 프로그램(가로 13.5cm, 세로 19cm)

단성사에는 300여 명의 회원인 <단성 영화 구락부(클럽)>이 있었다. 10주년 창립 기념으로 클럽 회원을 위한 창립 기념식이 있었다. 그리고 단성사에는 부설 악단이 있었다.

"영화의 날"이 된 1919년 10월 27일 개봉한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의 신문 광고. 일제 조선어 기관신문 '매일신보(每日申報)' 1919년 10월. 일자 미상
"영화의 날"이 된 1919년 10월 27일 개봉한 '의리적 구토(義理的 仇討'의 신문 광고. 일제 조선어 기관신문 '매일신보(每日申報)' 1919년 10월. 일자 미상
박승필, 나운규, "아리랑" 주제가 작곡가 김영환

단성사는 1907년에 설립되었고 1918년에 박승필이 인수했다. 1919년 10월 27일 한국 최초의 영화로 알려진 <의리적 구토>가 단성사에서 개봉되었다. 이날이 지금은 <영화의 날>이 되었다. 단성사는 1926년 나운규의 민족 영화 <아리랑> 개봉으로 여러 일본인 경영 영화관과 견주는 문화의 전당이 되어 영화 외에도 연극, 음악, 무용의 무대를 제공했다. <아리랑> 주제가 김영환의 주제가는 <나를 버리고 가시는 이는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로 지금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00년에 들어선 뒤 우여곡절 끝에 2016년 세계 모자 1위 기업인 연안 모자 계열 자일개발이 인수하여 단성사는 단성골드빌딩으로 바뀌었다.

단성사 (1962년 연합뉴스)
단성골드빌딩

"Life is Short, Art is Long"이란 말이 있듯이 비록 단성사는 사라졌지만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1990년대까지 한국 영화의 메카 같던 <단성사>의 이름은 길이 남을 것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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