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80년 전 12월 7일 일요일 아침 7시 48분 하와이의 오하우섬은 불바다로 변했다. 24쌍의 형제,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을 포함한 1,000여 명의 해군 장병은 전함 애리조나와 함께 불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오하우는 비행장과 전함이 줄지어 정박한 곳이었다.
1991년 12월 7일 TIME 표지의 글은 “파렴치의 날(Day Of Infamy December 7, 1941)”이라 썼다.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의 유명한 연설이다. 사진은 1941년 12월 7일 일요일 아침 일본 전폭기 어뢰 공격으로 폭풍에 휩싸여 침몰하는 전함 애리조나의 순간이다. 선전포고 없이 미국은 기습을 당했고 태평양 함대는 한 때 기능을 상실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의 진주만 기습 60주년 특집호에는 60년 전의 처참한 전함 애리조나와 60년 후의 화해와 회상의 상징으로 변한 애리조나 기념관의 사진이 나와 있다. 아울러 60년 전 일본의 기습 공격이 시작될 때 애리조나 함 옆에 있던 웨스트버지니아 함 나팔수와 바로 그때 일본 전폭기 조종석에서 폭격당하는 진주만을 보던 일본인 조종사의 웃음 띤 사진이 있다. 애리조나 기념관에는 두 개의 성조기와 1,177명(1,511명 중)의 전몰 애리조나 호 해군 장병의 이름이 새겨진 벽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는 사진이 있다. 침몰한 전함 애리조나호 기념관에는 매년 15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그 가운데 30만 명은 일본인이다.)
2021년은 진주만 기습 공격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마도 미국 도처에서는 기념행사가 있을 것이다. 미국 두 신문의 1941년 12월 8일과 1945년 8월 15일 기사가 있다. 한쪽은 1941년 12월 8일 “전쟁 선포(War Declared)” 그리고 또 다른 신문의 제목은 1945년 8월 15일 “평화(PEACE)"이다. 하루의 시차를 둔 1941년 12월 9일에 서울에서 발행하던 조선총독부 조선어 기관지인 매일신보(每日新報)의 머리기사는 ”제국 영미 선전포고. 선전의 조서 환발(帝國 英美에 宣戰布告. 宣戰의 詔書 渙發)“이고 1945년 8월 15일에는 ”평화 재건 대조 환발(平和 再建 大詔渙發“(조서란 임금이 알리는 문서이며 대조란 대조서의 줄인 말. 임금이 내리는 명령서)이다.)
1941년 12월 8일 나는 내 고향(평안남도)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1945년 8월 15일에는 평양사범학교 4학년 근로봉사로 끌려 나와 있었다. 폐교당한 숭실전문학교 맞은편에 있는 교회에서 비행기 부품 정리를 하고 있었다. (교회는 징발해 군수품 창고로 변해 있었다. 미군은 교회를 폭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본은 알고 있었다.)
몇 해 전에 아내와 함께 동생의 초청으로 하와이에 가서 지금은 박물관으로 된 전함 미주리호를 구경했다. (애리조나 기념관은 구경하지 못했다.) 80년이 지난 지금 일본 외무대신 일행의 항복 문서 서명식 사진을 보았다. 맥아더 장군이 연설하는 장면이 있다. 80년 전 1941년 12월 8일, 일요일 아침 선전 포고도 없이 하와이를 기습한 일본은 패전하고 제국주의를 포기하고 민주주의를 택했다.
71년 전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선전 포고도 없이 한국을 기습한 이북은 어떻게 되었나?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