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광고의 PURPOSE란 무엇인가?

[신인섭 칼럼] 광고의 PURPOSE란 무엇인가?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0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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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마틴 루터 킹. 39살에 암살 당한 흑인 목사. 사후 14년 그의 생일은 미국 공휴일
마틴 루터 킹 (출처 https://www.pulitzer.org/)
마틴 루터 킹 (출처 https://www.pulitzer.org/)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국적과 종교를 떠나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1929년 1월 15일에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1968년 4월 4일 백인 극렬 인종차별주의자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애틀랜타는 1886년 코카콜라가 태어난 곳이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공식으로 폐지된 것은 1964년이었다. 이 해, 인종차별에 반대해 싸운 그의 공로로 킹 목사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 일은 그가 태어난 애틀랜타시의 경사였다. 애틀랜타시는 이 뜻깊은 일을 축하하기 위해 시가 성대한 만찬 행사를 주최했고, 기업인을 포함해 저명한 인사들에게 참석하도록 권했다. 그런데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아직도 킹 목사는 말썽 많은 인사였고 흑인이었으며 애틀랜타는 인종차별이 강한 도시였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당시 코카콜라 사장 J. 폴 오스틴은 발 벗고 나섰다. 시 박물관에 다음과 같은 그의 편지가 걸렸다.

노벨 평화상 수상 기념을 거부하는 도시에 코카콜라가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저희는 국제적 기업입니다.

코카콜라 회사가 애틀랜타시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애틀랜타시가 코카콜라 회사를 필요로 하는지는 여러분이 결정할 문제입니다.

초대권은 곧 완전히 판매되었다. 오스틴 사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다.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가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몸소 겪은 사람이었다.

지금 세계는 인종차별, ESG로 줄여 말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는 더 말만으로 넘길 시대는 지났다. 특히 환경(ESG의 첫 자) 문제는 더 중요해졌다. 국가별로 행동 목표와 달성 기간을 공표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 2년 전 5월 25일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에 목이 눌려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계기로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Black Lives Matter)>의 머리글을 딴 BLM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이전 식민 종주국에까지 파급되어 한때 존경받던 정치가의 동상을 파괴 혹은 철거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되었다.

기업은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하는 시대로 바뀌었다. 이른바 기업의 궁극적 목적, Purpose가 무엇인가를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기업이 생산하는 물건의 소비자는 여러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각양각색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인종차별이 압도적이던 애틀랜타시에서 1964년 코카콜라 사장이 취한 조치는 바뀌어 가는 시대 흐름을 내다본 통찰력 있고 대담한 조치였다. 거의 60년 전 기업의 궁극적 목적(Purpose)이 무엇인가를 천명한 조치였다.

킹 목사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해는 1964년, 암살당한 해는 1968년, 그의 생일이 미국 연방 공휴일로 선포된 것은 1983년 레이건 대통령이 이 법령에 서명한 뒤였다. 다만 1월 셋째 월요일이 50개 모든 주에 전국 공휴일이 된 것은 다시 17년이 지난 2000년이었다.

워싱턴 D.C. 킹 목사 조형물 (출처 브리태니거)
워싱턴 D.C. 킹 목사 조형물 (출처 브리태니커)

워싱턴에 그를 추모하는 공원에 조형물이 세워진 것은 2011년이었다. 미국 최초의 흑인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있었다. 1963년 8월 28일 그의 유명한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이 있었던 뒤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였다. (이날 행사에는 25만 명이 참가했는데, 6만 명은 백인이었다.)

미국 100대 연설 가운데 1위인 이 연설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다.

드디어 자유! (Free at last !)

드디어 자유! (Free at last !)

전능하신 주님 감사합니다. (Thank God Almighty,

우리는 마침내 자유로워졌습니다. (We are free at last !)

아직도 인종차별과 갖가지 편견, 불평등은 세계 도처에서 가시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는 최악의 정치제도이지만, 다른 모든 제도를 겪고 난 뒤에 남은 제도라는 역설적인 처칠의 말이 회자되고 "I Have a Dream"은 여전히 명연설로 남아 있다.

미국 100대 연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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