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한국 사람이 영어 광고를 쓴다?

[신인섭 칼럼] 한국 사람이 영어 광고를 쓴다?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1.12.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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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와 럭키그룹의 70년대 초기 광고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재미있는 말이 있다. 강화조약 후 여러 미국 선교사들이 내한했다. 물론 한국어를 배웠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던지 '암탉'이란 말을 몰라서 한참 망설이다가 ”아, 생각났습니다. 전도부인 닭“이라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말이 있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1966년 미국 존슨 대통령이 방한해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연설할 때 ”공산군께서 남침하셨을 때“라는 말이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한국 청중이 어리둥절한 것은 당연했다. 통역한 사람은 한국에 와 있던 미국 선교사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미국인이었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점잖은 말만 듣고 배웠으니 공산군에 대해서도 존댓말을 사용했을 것이다.

필자가 겪은 일 하나를 소개한다. <Asian Advertising 2007>라는 책의 일부이다.

원문은 필자 작성, 고친 글은 필자 친구 원어민 Gary Rector

1970년대 한국의 영문 광고 1970년대 우리 나라 기업과 관청이 신문, 잡지에 게재한 흑백광고가 있다.

Korea International Telegraph and Telephone Office (TIME 1973.10.29.)
외무부, 재무부, 법무부, 국방부 불법 무기소유 관련 공고 (1977.6.29. 매체는 Korea Times/Korea Herald로 추측)
대한전선 대한/도시바 TV (광고 내용으로 보아 1974. 매체는 Korea Times/Korea Herald로 추측)
오란 C (Korea Times. 1973.8.18.)

1977년 우리나라 수출이 100억 달러를 초과하고 국민 1인당 소득이 1,000달러 선에 이르자 한국의 수출 광고는 폭증했다. 주로 미국 비즈니스 업계의 잡지인 BusinessWeek, Forbes, Fortune 등이 중심이던 것이 차차 일반 대중지 TIME, Newsweek, New York Times, 경제지 Wall Street Journal 등으로 확산하였다. BusinessWeek 지는 매호 Starch Readership 조사 자료를 통해 잡지에 게재된 광고 대한 조사를 하는데, 독자 수는 Noted(주목), 회사나 제품 이름을 알고 있다는 표시는 Associated(연상), 광고 내용을 절반 이상 읽었다는 Read Most(정독)의 세 가지 비율과 그 호의 세 가지 평균을 제공했다. 한국 사람이 직접 또는 원어민의 도움으로 얻어 만든 광고는 대개 평균 이하로 드러나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대한항공 국내 제작(왼쪽) 및 미국 광고회사 제작 광고(가운데. 오른쪽)

‘88서울올림픽이 닥치자 영문 광고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게다가 PR 문제도 대두되었다. 부랴부랴 미국 광고대행사와 업무 제휴를 하게 되었고 국제 광고의 제작과 관련된 아이디어 창출, 카피, 디자인, 매체 선정 등 여러 가지 일을 알게 되었다. 대기업 그룹 계열 광고대행사는 외국 광고대행사와 업무 제휴나 합작을 하게 되었다. 대우그룹은 일찌감치 미국 시장 대상 광고, PR을 위해 J. 월터 톰슨과 같은 계열의 PR 회사인 힐 & 놀튼의 서비스를 고용했다. 처음에는 캐나다 뒤이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둔 현대자동차도 미국광고회사 서비스를 샀다. 그 결과는 80년대 광고에 나타났다. 대한항공은 일찌감치 광고의 국제화를 서둘러 해외 시장 대상 광고는 외국 광고회사에 위촉했다.

해외 시장 대상 광고는 때로 사내에서 작은 논쟁이 일기도 했고 80년대 중반에는 우리 광고계가 한국 광고시장 개방 반대 운동까지 벌렸다. 그러나 크게 볼 때 우리는 10여 년 사이에 "Think Global Act Local"이 왜 필요한가를 깨닫고 실천에 옮겼다.

영어로 Do As the Romans Do란 말이 있다. 해방 전 한국에서 가장 많은 광고를 한 일본 제품은 아지노모토(味の素)였다. 그 광고 둘을 보면 자기 것을 그토록 고집하는 일본 사람이 한국에서는 왜 저런 광고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지노모토의 영향은 미원-味元, 미풍-味豊이란 한문을 보면 알 수 있다.)

광복 전 아지노모토 신문광고

서두에 “전도부인 닭”과 “공산군께서”란 말을 했지만 한국 사람이 영어 광고를 쓴다는 것이 언뜻 생각하듯 간단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세계 지역별 언어 7,105개 가운데 5,000만 명 이상이 쓰는 말은 24개, 1,000만명 이상은 77개이다. 현대 자동차가 캐나다와 미국에 진출할 때 처음 사용한 광고 하나의 헤드라인은 “그의 아버지는 기관차, 어머니는 선박이었습니다”였다. 사진은 포니였다. 왜? 한국에서 현대를 모르는 사람아 없다. 그러나 캐나다, 미국에서 현대는 낯설었다 - 그때는.

70년대와 80년대 미국 진출 후 현대자동차 광고

대우가 Forbes 지에 집행한 미국 광고 사상 보기 드문 6페이지 연속 광고를 보면 김우중 회장의 사진과 영문 및 한글 인사, 이태리의 명품 셔츠, 쇄빙선, 턴키 베이스로 진출한 아프리카의 타이어 공장, 중기계 그리고 미국 명문 대학 셔츠 입은 세 젊은이의 웃는 사진 그리고 모든 광고 밑에는 “DAEWOO BECAUSE GOOD PEOPLE MAKE GOOD PARTNER”라는 말을 했다. 왜? 미국에서는 대우가 아직 낯설었다 - 그때에는.

대우의 6 페이지 광고와 미국 제네럴 다이내믹스사 전투기 100대의 동체를 제조하는데 1,000분의 1인치 정확도를 요구하는 일임을 설명한 광고

한국 사람이 영어 광고를 쓴다? No! 미국 사람이 한국말 광고를 쓴다. 역시 No!이다. 광고란 말일뿐 아니며 문화이며 역사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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