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1920~1930년대 신문 광고: 라인 드로잉의 멋 - 서울과 평양 거리의 차이

[신인섭 칼럼] 1920~1930년대 신문 광고: 라인 드로잉의 멋 - 서울과 평양 거리의 차이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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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1920년에서 1930년대 동아일보와 조선총독부 국민 기관지이던 매일신보에 실린 일본 제품인 가루 치약 <스모가>와 <포토 와인 (Port Wine)> 광고는 우선 눈에 뜨인다. 반 나체 여성의 그림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작은 돌출광고이면서도 독특한 일러스트레이션의 라인 드로잉과 짧은 카피, 그리고 멋진 유머 따위 때문이다.

1928년 7-8월 기간의 <스모가> 광고 5개가 있다. <스모가>란 영어 "SMOKER" 즉 담배 피우는 사람이라는 낱말이다. 영어는 서양 문화의 대변이던 당시 일본 사회 현상의 하나라고나 할까. 흡연가를 위해 가루가 날아가지 않도록 약간 촉촉하게 만든 가루 치약이다. 그림 설명을 생략하고 카피를 보자. 일본 말로는 치약을 치마(齒磨)라고 한다. 즉 이를 닦는다는 뜻이다.

스모가 광고(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1, 2, 3, 4, 5)

카피

(1) 굿 모닝. 그것은 전일부터 담배 냄새를 스모가로 깨끗하게 청소한......입에서 나오는 인사입니다.

(2) 스모가는 주로 끽연가의 치약입니다. 그러므로 스모가를 사용하면 치아의 검은 진이 쏙 빠집니다. 그런데 끽연가가 아닐지라도 어느 분의 치아이든지 깨끗하게 합니다. 스모가는 과도의 끽연으로 생기는 입병! 냄새! 식욕부진! 그것을 막아 구강은 언제든지 청정한 상태를 만듭니다. 스모가의 분말은 적당히 윤습합니다. 그것은 무용한 산란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1인1관의 사용량은 약 1개월이 넘습니다. 그 이상의 소비는 낭비입니다! (판매점과 가격 표시가 있으나 글자가 작아 읽을 수 없다. 긴 스모카 기능 해설은 아마도 제품 도입기를 고려한 배려일 것이다.

(3), (4)는 생략

(5) OOOO 않는 날은 있으되 스모가 쓰지 않는 아침은 없습니다, 잇발이 희고 눈이 고운 것이 나의 맵시입니다.

라인드로잉은 여러 가지 광고에 이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 7개의 광고가 있다. 차례로 카피를 보기로 한다.

스모가, 킨츠루 향유(金鶴香油), 중장탕(中將湯) 광고 (왼쪽부터 1, 2, 3)
스모가, 킨츠루 향유(金鶴香油), 중장탕(中將湯) 광고 (왼쪽부터 1, 2, 3)

(1) 스모가: 그만 하면 머리의 윤택이나 얼굴 빗갈은 더 말할 수 없이 어여쁘나 그러나 다만 치아가.....(동아일보 1928.2.12.)

(2) 킨츠루 향유: 모발에는 서늘하고 향기는 청수한 킨츠루 향유. 식물성으로써 유명한 현대 유행의 킨츠루 화장품 (동아일보 1923.7.2.)

(3) 중장탕: 감사 이 한잔으로 이 건강을 얻는_ _ (1920년대 초)

포트와인 광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4, 5, 6, 7)
포트 와인 광고(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4, 5, 6, 7)

(4) 포도 송이를 든 여자: 매일신보 1923.4.20.

(5) 포도 잔을 든 여자 뒷모습: 매일신보 1927.5.21.

(6) 일본어: 미인 단명이란 누가 한 말인가. 1925년

(7) 술잔을 든 파마 머리의 여자: 생명의 술이라고 구가를 받는 향기롭고 맛이 좋기로 비할 수 없는 아까다마.

비유하자면 존귀한홍옥(루비)이요, 순연한 처녀의 피 (동아일보 1925.4.8)

세 가지 다른 제품의 7개 광고 가운데 넷은 아까다마 포트와인이다. 포트와인의 원산지는 포르투갈이다. 17세기 후반에 포르투갈 항구(포르투)에서 팔려 나간 때문에 Port Wine 이란 영문 이름이 생겼다. 일본에서는 주류 기업 산토리의 제품이다. 달콤한 맛의 약간 알콜 도수가 높은 와인으로서 술집이나 모던 걸 (Modern Girl)이라 부르던 신여성 대상 제품으로 자리매김한 듯 하다.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1930년대에는 남성 대상으로 시장을 확장한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세 개 광고에 나타난다.

포트 와인 남성 대상 광고
포트 와인 남성 대상 광고

여성용 건강제, 화장품 광고 각각 1개, 스모가 광고 6개와 포트와인 광고 7개(남성 대상 3개 포함) 모두 15개 일본 제품의 한국 시장 대상 신문 광고를 보면 몇 가지 나타나는 것이 있다.

광고 측면에서 보면 우선 모두 라인 드로잉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이용한 흑백 광고이다. 광고 크기는 모두 작다. 이른바 돌출 광고 크기이다. 그리고 유머가 있다.

1920년대라는 시대상을 고려할 때 일본과 한국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대담한 표현이라 할 수 있는데 나체 여성을 그렸기 때문이다. 또한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수준까지 자유가 허용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표현 기술 특면에서는 아트(Art)와 카피에서 창의성이 높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광고는 일본 광고계에서 유명한 카타오카 토시로(片岡 敏郞)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적인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광고가 허용되는 자유 민주주의적인 사회임을 반영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때 구세군의 자선 냄비를 연상케 하는 “믿는 자는 모두 구함을 받으리라. 여러분 아까다마 포트 와인을 잡수십시오”라는 카피는 자칫 종교에 대한 모독이 아니냐는 우려없이 사용될 수 있는 사회임을 반영하고 있다. 특이 이 광고 가운데 경찰관과 여성이 같이 나온다는 것 역시 눈여겨 볼 일이다. 또 다른 의미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통 털어서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초까지는 일본이 이른바 "다이쇼 데모크라시 (Taisho Democracy)“라고 하는 입헌 민주주의의 자유국가였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식민지이던 조선에도 그 영향이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넓게 보면 광고란 역시 자유 민주주의와 표현 자유의 산물임을 증명하는 것이 1920년대에서 1930년대 초의 일본 제품의 조선 시장 대상 광고에서 증명되고 있다.

1987년 당시 집권당 대통령 후보 노태우의 “6•29선언” 이후 폭발적인 정기간행물 증가로 일간 신문의 수가 몇 년 사이에 30여 개에서 100개를 넘었다. 아울러 90년대 초에는 화장품 광고에 남녀의 알몸 광고 뒷모습이 등장해 신문 사설 거리가 된 일이 연상 된다.

광고란 정치와 경제 자유의 상징임은 <로동신문>과 한국의 일간지, 평양중앙방송과 한국의 방송, 그리고 평양과 서울 거리의 차이만큼 소중한 것이다.

 


신인섭 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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