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옥스포드 영어 사전 (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등재된 한국어 26개

[신인섭 칼럼] 옥스포드 영어 사전 (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등재된 한국어 26개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11.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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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에 출판한 옥스퍼드 영어 사전 (제2판)
1989년에 출판한 옥스퍼드 영어 사전 (제2판) 출처 wikipedia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영어 역사의 사전 가운데 원조라고 알려진 옥스퍼드 영어 사전 (Oxford English Dictionary. OED)에는 작년 26개의 한국어가 등장했다. 지난 45년간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영어 알파벳순으로 되어 있다.

출처 동아일보
출처 동아일보

그 가운데 9개 낱말은 식품 또는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되어 있는데, 가나다순으로 한글과 영어로 적는다. 먹방과 치맥은 최근에 생긴 신조어(新造語)라 할 수 있는데 치킨과 맥주를 뜻하는 치맥은 원래 한국 SBS TV 프로그램이 중국에서 인기가 폭발한 덕분에 생긴 말이다.

갈비(Galbi) 김밥(Kimbap) 동치미(Dongchimi) 먹방(Mukbang) 반찬(Banchan) 

불고기(Bulgogi) 삼겹살(Samgyeopsal) 잡채(Japchae) 치맥(Chimaek)

OED에 새로 오른 26개 낱말 가운데 신조어나 신조 합성어라 할 수 있는 낱말은 먹방을 포함해 영어 알파벳순으로 다음 7개이다. Skinship이란 말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일본과 한국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말이다. 굳이 풀이를 하자면 skinship이란 말은 skin에다 접미사인 ship을 붙여 만든 단어로서 영어 같기는 하나 그런 의미의 영어 낱말은 없는 유사 영어이다. 가족과 친지 및 가까운 사람에게 신체 접촉을 통해 사랑을 표시하는 행동을 말한다. Konglish는 Korean과 English의 합성어이고 PC방은 PC와 한국말 ‘방’의 합성이다. K-comb, K-drama 역시 합성어이다.

Hallyu 

K-comb 

Konglish 

K-drama

Mukbang

PC bang

Skinship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 부서로서도 갑자기 이렇게 많은 한국말이 등장하자 문제가 생겨 한국어 전문가를 초청해 자문했는데 고려대학 국문학과 신지영 교수가 자문을 맡았다. 신 교수는 “이번 등재 단어 수는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 준다”라고 했다. 이런 현상을 도와준 것은 동남아 국가 가운데서도 영어가 거의 모국어처럼 널리 쓰이는 전 미국 식민지 필리핀이었다. 필리핀 젊은이들은 한국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의 영어 자막을 제작해서 미국과 영어권 국가로 전파하는 교량 역할을 해 준 것이다. 한국의 팬들이 흔히 사용하는 “언니”, “오빠” 따위 낱말은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 두 단어는 짧은 두 음절이다. 따라서 쉽게 전달된다.

2021년 10월 13일 동아일보는 이와 관련한 기사를 실었는데, 신지영 교수가 한 말 가운데 흥미로우면서도 주목할 대목이 있다.

“해당 단어가 신문이나 책 등, 그리고 대중이 이용하는 SNS 등에서 지속해서 사용됐는지가 최우선적 기준이다. 그에 따라 OED는 새로운 표제어를 등재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 조사를 진행한다. 다른 사전과 달리 한번 등재한 단어를 절대 삭제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신 교수는 말한다. 그 결과 11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사용해 온 단어 60만 개를 수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1446년 10월 9일은 훈민정음 반포 기념일, 한글날이다. 그러니 서재필 박사가 한글로 독립신문을 창간한 1896년 4월 7일까지 장장 450년 동안 한문은 “진서(眞書)”로 높이고 한글은 “언문(諺文)”으로 천시해 온 우리에게는 한글날은 시사하는 바 크다 할 수밖에 없고 그의 독립신문이 얼마나 선각자의 일이었는가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더 나아가 신 교수는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를 가진 나라로서 언어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라고 했다. 더욱 “한글의 우수성을 해치는 줄인 말이나 합성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단어들이 오히려 한국적인 정서를 보여 줬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하나 더 인용한다. “언어는 문화와 함께 간다... 우리도 외래어를 거부하기보다는 우리 나름대로 받아들이고 전파하는 것이 우리 문화를 알리는 길”이라는 것이다.

2021년 10월 13일 동아일보 기사 일부
2021년 10월 13일 동아일보 기사 일부

30년 전 국립국어연구원이 발행하는 “새 국어 생활” 1992년 여름호는 141페이지 전권을 모두 “광고와 언어”로 엮었다. 9명의 필자 가운데는 대홍기획 카피라이터 이화자, 그리고 엘지애드(지금의 HD애드) 카피라이터 김원규의 글 그리고 필자의 글이 있었다.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해방 후 평양에서 대학 시절 국문학을 공부했으나 한국전쟁으로 국문학은 중단했다. 영문 통역장교 12년, 1963년 제대 후 1965년에 우연히 광고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1976년 서울카피라이터즈 클럽 초대 회장이었던 나로서는 “새 국어 생활”의 광고 언어 특집은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 한 가지만 빼고. 18 페이지나 되는 장문을 썼다. 개화기 신문 광고에 나오는 말의 표현과 현대의 말 변화의 사례를 들었다. 그런데 게재된 신문 잡지의 광고는 실을 수 없다는 것인데 특정 회사나 제품의 선전으로 오해될 수가 있기 때문이라 했다. 이런 일을 겪자 나로서는 속된 말로 김빠진 맥주처럼 여겨졌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그 일이 고마웠다는 생각이다. 이 짧은 30년 사이에 우리 사회의 광고관이 얼마나 달라진 것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기사와 국문학자 신지영 교수가 한 말, 그리고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오른 26개 한국어를 보면서 하이브리드라는 생각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 생각이 새삼스러워지는 것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새 국어 생활” 1992년 여름호 “특집/광고와 언어” 표지에 수록된 8개 글 가운데 3개는 현업 광고계 인사의 글이며 다섯은 주로 한글학자의 글이다.
“새 국어 생활” 1992년 여름호 “특집/광고와 언어” 표지에 수록된 8개 글 가운데 3개는 현업 광고계 인사의 글이며 다섯은 주로 한글학자의 글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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