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세계와 크리스마스

[신인섭 칼럼] 세계와 크리스마스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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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의 경배 (그림 니콜라 푸생)
양치기의 경배 (그림 니콜라 푸생)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로 되어 있는 나라는 모두 160개 국가이다. 20개국은 공휴일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날로 지킨다. 세계 인구의 45%가 이날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

크리스마스를 축제의 날로 지키는 몇몇 나라의 인구 대비 비율은 다음과 같다.

기독교 인구가 겨우 1%에 지나지 않는 일본은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축제의 날이다. 14억 명의 인구를 가진 인도는 힌두교도가 75%이고, 18%가 이슬람교이다. 인도의 기독교 인구는 2,500만 명으로 인구의 1.7% 정도이다. 그러나 인도는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과 1월 7일의 두 날이 있다. 물론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지키는 인구가 많지만, 약 2억 5천만 명은 1월 7일이 크리스마스이다. 희랍(그리스) 정교의 나라인 러시아를 위시해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에티오피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북마케도니아, 몰도바, 몬테네그로, 그리고 인구의 10%가 기독교인 이집트 등이다. 그 이유는 1582년에 교황 그레고리 13세가 율리우스 달력으로부터 지금 세계가 사용하는 그레고리 달력으로 바꾸었는데, 앞에 적은 나라들은 여전히 옛 달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영국도 그레고리 달력으로 바꾼 것은 1752년이었으니,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노엘(Noel)이란 크리스마스와 같은 말이지만, 대개 노래나 찬송에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Christmas는 Christ와 Mas, 두 낱말의 합성어이다. Mas(Mass)란 원래 특정 인물을 기리는 향연 잔치의 의미이다. 따라서 Christmas는 그리스도를 기리는 잔치라는 뜻이다.

세계 여러나라의 크리스마스 모습 (출처 Wikipedia)
세계 여러나라의 크리스마스 모습 (출처 Wikipedia)

통계청의 2015년 자료에는 한국의 개신교와 가톨릭 교인의 합계가 인구의 27.5%라 한다. 그런데 개신교가 급증한 것은 1950~1953년 한국전쟁 기간 이북 특히 평양을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 이남으로 피난 온 인구가 급증하였기 때문이다. (평양은 한때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란 대개 2~3일간의 축제이다. 크리스마스카드, 크리스마스트리 (Tree), 산타클로스, 선물 주고받기, 흩어져 살던 가족의 모임, 풍성한 저녁 등등도 생활화되어 있지는 않다. 그것은 우리나라 공휴일에 나타나는데. 3일 연휴는 설날과 추석이다. 이 두 공휴일은 모두 조상 숭배와 관련되어 있다. 서양은 다르다. 크리스마스가 일반화된 것은 중세 이후로 나라 따라 다르지만, 지금은 대개 11월 하순에 시작해서 1월 초까지가 휴일이다.

종교의 세속화와 상업화에 따라 생긴 말이 Xmas 혹은 X-mas이다. 둘 다 잘못은 아닌데, 권하는 표현은 역시 Christmas이다.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크리스마스트리는 뉴욕 중심가에 있는 록펠러 센터에 세운 나무일 것이다. 1933년에 시작되었고 1997년부터 NBC가 방송하는 이 나무는 노르웨이 잣나무로서 크기는 대개 21~30M의 거대한 나무이다. 18,000 개의 전등이 켜지는데 2022년 점등식은 전통적으로 뉴욕 시장 참석한다. 올해 11월 30일에 점등해서 내년 1월 중순까지 계속된다. 참관자의 수는 약 1억 2천 5백만 명에 이른다.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록펠러 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출처 Wikipedia)

'60년대 말에 뉴욕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 뉴욕 브로드웨이 72번가 아파트에 독신으로 살던 때 12월 24일 저녁, 가까이에 있는 자그마한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훌륭한 메시아 일부 음악도 들었다. 그런데 이튿날 배를 곯을 뻔했다. 상점이 모두 문을 닫았으니 식사할 데가 없었다. 겨우 유대인이 주인인 가게에서 통닭 한 마리를 사서 먹었다. (유대인에게 크리스마스는 평일이다.) 그리고 '60년대 말, 12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해서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링컨 센터에서 난생처음으로 메시아 전곡을 들은 일도 있었는데, 하프시코드 연주를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레퍼토리 가운데는 한국 가곡도 있었다. 놀란 것은 내 뒷자리에는 소련 외교관인 듯한 내외가 있었다. (몇 마디 알고 있는 러시아 말로 속삭이는 것이 들렸다.) 1차 세계 대전 때에는 크리스마스 날 독일군과 프랑스 병사들이 같이 크리스마스 노래를 부르고 음식도 나누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우크라이나 병사와 러시아 병사 사이에 있었다는 보도는 본 적이 없다. 한때는 같은 나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은 그리스 정교의 나라인데도.

지난 12월 21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는 백악관을 방문했고 상하 양원 연설도 했다. 그의 연설은 널리 알려졌고, 높이 평가되었다. 그 가운데 한 대목은 다음과 같았다. (자료: 2022년 12월 21일 뉴욕 타임스 기록)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축하합니다 - 비록 전기는 없을지라도 우리 모두의 믿음의 등불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의 유도탄이 우리를 공격하면 우리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보호할 것입니다. 러시아가 이란제 드론으로 우리를 공격하면 우크라이나 국민은 크리스마스 저녁에 방공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거기서 축하하며 서로를 격려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소망이 무엇인지는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소망은 똑같기 때문입니다. 승리, 오직 승리뿐입니다.

출처 뉴욕 타임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미국은 최근에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보내기로 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 어느 나라도 이 전쟁이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확대되기를 원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푸틴도 그럴 것이다. 솔솔 우크라이나 전쟁 그만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듯하다 - 교황의 크리스마스 말씀을 예견했나.

내게는 막사가 된 서울 종암 국민학교 교실에서 1950년 크리스마스를 보낸 기억이 여전하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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