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록펠러의 American Standard Oil 간판 : 1915년

[신인섭 칼럼] 록펠러의 American Standard Oil 간판 : 1915년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2.1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1915년 국권피탈 5년 후 일본의 조선총독부가 경복궁에서 개최한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는 일본이 한국 통치 5년에 사이에 이룬 발전한 조선의 전시장이 되었다. 일본 통치가 이룬 업적의 전시는 9월 11일부터 10월 말까지 50일간의 조선 최초이며 최대 행사였다.

1915년 물산공진회 전시장에 세운 20M 높이의 “미국 솔표 뉴욕 스탠더드 석유” 간판

경복궁 안의 전시장 가운데는 미국 Standard Oil의 커다란 옥외 간판이 들어섰다. 이각규가 쓴 “한국의 근대 박람회(2010. 커뮤니케이션 북스 발행)”에 있는 사진을 자세히 보면 이 입간판의 크기에 놀라게 된다.

“솔표”와 “승리표” 석유(등유) 광고에는 맨 밑에 2~3명의 사람이 있는데, 이것을 기준으로 해 간판의 크기를 짐작해 보면 높이는 거의 20M, 한 면의 너비는 약 7.5M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지붕 위에도 무엇인가 구조물이 있으므로 크기는 실제 크기는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록펠러의 석유회사는 1870년에 법인화되었다. 그리고 1911년에는 미국 국회가 독점금지법 (Sherman Antitrust Act)을 제정해 록펠러의 석유 독점은 34개 회사로 분할되었다. Standard Oil of New York, Standard Oil of New Jersey처럼 주의 이름이 들어간 석유회사들이 여럿 탄생했다.

록펠러의 스탠더드 석유는 중국과 일본에도 이미 진출해 있었다. 1897년에는 미국 무역상 타운센드 (Townsend)가 인천 월미도에 석유 저장탱크를 지었고 4년 뒤에는 부산 절영도에도 탱크를 지었다. 또한 1889년부터는 러시아 석유 수입을 시작했다. 한국의 석유 수입 추세는 그림에 나와 있는 대로 1885년에 시작해서 10년 뒤 1894년에는 100만 갤런, 97년에 200만, 1907년에는 500만, 1910년에는 700만 갤런으로 폭증했다. 초기에는 일본을 중개로 거래하던 석유가 미국으로부터 직수입으로 전환하면서 일본의 점유율은 폭락했다.

“조선의 석유 수입량과 일본에서의 수입량 비중” (자료: “석유와 에너지 2017년 가을” 산업통산부 경제자유기획단, 여영섭 ‘구한말 시대의 석유수입과 유통’)
“조선의 석유 수입량과 일본에서의 수입량 비중” (자료: “석유와 에너지 2017년 가을” 산업통산부 경제자유기획단, 여영섭 ‘구한말 시대의 석유수입과 유통’)

한국에서는 1903년 10월 28일 자 황성신문에 큼직한 광고를 게재했다. 일본은 재빠르게 스탠더드 석유 판매 계약을 얻어 한국에서 장사하고 있었다. 경쟁 제품도 있었으므로 자기 솔표 석유는 그을림이 안 생긴다는 비교 광고를 했는데 아마 한국 최초였을 것이다.

광고의 크기도 그러려니와 내용을 보아 많은 미국 광고처럼 주장하는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른바 Reason Why 광고인 것을 알 수 있다. 왜 솔표 석유가 좋으며 왜 사용하기를 권하는가를 구체적으로 글과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을림이 없고, 깨끗이 타므로 기름을 적게 써도 밝으며, 냄새가 없으며 따라서 위생적이고 이러한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솔표 석유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우수한 석유 판매점에는 그림에 보는 간판이 붙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판매점 간판에는 석유 통 그림과 함께 “미국 스탠더드 상회 제조. 솔표 석유 한국특약전매소”라는 말을 한문으로 쓰고 스탠더드는 일본 글로 썼다.

아마도 20세기 초의 한국이라는 상황을 전제할 때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그린 솔표 등불과 타 상표의 비교 광고는 뛰어난 아이디어이고 훌륭한 아트였다고 할 것이다.

황성신문 1903.10.28.의 솔표석유 광고
황성신문 1903.10.28.의 솔표석유 광고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