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48년 만에 부활한 TV 중간 광고

[신인섭 칼럼] 48년 만에 부활한 TV 중간 광고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3.02.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해방 이후 한국 광고의 역사 가운데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건 가운데 하나가 있다. 반세기 가깝게 지속되다가 2021년에 해제된 TV 중간 광고일 것이다.

텔레비전 방송은 1956년 5월 12일 KORCAD 개국과 함께 시작했다. 호출부호인 HLKZ로 더 알려졌는데, 아마 KORCAD란 읽기와 부르기 힘든 이름 때문이었을 것일까. 민간 상업방송이었고 이승만 대통령이 재가했다. 개국 후 이 대통령의 인터뷰가 있었다. 서울 시내 22군데에 31대의 대형 TV를 설치해 시민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기자재가 모두 미국 RCA의 것이라 방송국 건물 입구 이름에도 RCA란 말이 있었다. 종로 네거리 종각 바로 옆 건물이었다.

KORCAD TV 창설자 황태영과 방송국

개국 후 광고 방송이 시작되었는데, 매우 서운하게도 한국 최초의 텔레비전 광고가 정확히 언제 어느 회사의 어떤 광고였는지 자료가 없다. HLKZ에 방송된 슬라이드 광고 20여 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이 슬라이드는 내가 이 방송 영업을 하던 분한테 슬라이드를 받아 공개 발표한 것이다. 그분의 이름도 잊었다.) 민방 라디오보다 앞서 개국한 이 TV 방송국은 개국 2년 9개월 후인 1959년 2월 2일 화재로 깡그리 사라졌다.

한국최초의 슬라이드 TV 광고와 KORCAD 방송국 자체 광고. '우리 나라 초유의 상업방송 광고는 테레비죤으로'
한국최초의 슬라이드 TV 광고와 KORCAD 방송국 자체 광고. '우리 나라 초유의 상업방송 광고는 테레비죤으로'

1961년 12월 31일에는 지금의 KBS TV가 개국했다. 재원이 부족해 국영 TV 방송에 광고하기로 했고, 광고 관련 규정은 일본 민방의 자료를 참고로 했다. 초기에 불과 8,000대이던 TV 대수는 68년에 10만 대, 73년에는 100만 대, 2년 뒤에는 다시 배가했고 바야흐로 TV 시대 그리고 TV 광고의 시대가 되었다. 당연한 결과로 시대의 총아 TV에는 광고주가 몰려왔고 흥청망청했지만, 여러 신문사는 광고가 모자라서 쩔쩔매는 현상이 나타났다. 급작스러운 TV 광고 성장에 앞서야 할 윤리를 포함한 각종 규제가 미비한 탓도 있어 갖가지 몹쓸 방송 광고가 등장했다. 드디어 100만 대가 넘은 1973년에 방송 규제가 바뀌어 프로그램 중간에 들어가는 중간 광고 금지령이 내렸다. 가장 많이 언급된 이유는 시청자가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중간 광고를 싫어한다는 이유였다.

중간광고란 말은 우리가 쓰는 표현인데 그 시작은 미국이었고 민방 라디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방송에 대한 규제가 심한 유럽에서는 이른바 블록광고 제도를 도입했는데 광고 시간대를 띠로 두는 제도이다. 다만 영국은 내추럴 브레이크(Natural Break)라 해서 프로그램과 조화가 되도록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넣도록 했다.

그러면 중간 광고가 금지되고 나서 일어난 우리나라와 중간 광고를 허용하는 세 나라 시청률을 보기로 한다. 한국의 MBC TV와 미국 영국 일본의 민방 저녁 8시~9시, 이른바 프라임 타임(Prime Time) 시간대를 기준으로 했다. 일자와 시간대 등 3개국 방송국과 프로그램 선정 기준에 대한 자세한 고려는 할 여유가 없었고 또한 3개국의 자료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논의의 여지는 있다.

우선 표(그림 #1)에는 2000년 1월 18일, 화요일 MBC의 저녁 8시 45분 <날마다 행복해>라는 인기 연속극이 끝나고 9시 뉴스가 시작된 후 9시 5분까지 20분 동안의 프로그램, 종류별 광고와 광고주, 광고 길이, 광고 단가와 시청률이 차례로 나와 있다. 상식적인 말이지만 대개 뉴스는 인기 연속극보다 시청률이 낮다. 시간대별 시청률 흐름이 있는 그래프(그림 #2)에는 1월 18일, 화요일과 23일 일요일의 시간대별 시청률의 흐름이 나와 있다. 그리고 공민영 제도인 영국의 민방, 모두 민방인 미국, 그리고 역시 공민영 제도인 일본의 민방 프로그램과 중간 광고의 시청률 흐림이 나와 있다. 평일을 기준으로 했고 일요일 자료는 없다. 영국과 미국은 1992년, 일본은 1991년 자료이다.

그림 1 MBC TV 2000년 1월 18일(화) 프라임 타임 시청률
그림 2 MBC TV 2000년 1월 18일(화) 및 23일(일) 프라임 타임 시청률
그림 3 영국 Thames 민방 1992년 1월 6일(월) 프라임 타임 시청률
그림 4 미국 ABC TV 1991년 2월 8일(금) 프라임 타임 시청률
그림 5 일본 아사히(朝日) TV 1991년 11월 7일(목) 프라임 타임 시청률

말썽 많던 중간 광고는 1973년에 중단되었다가 반세기 가까운 48년의 세월이 흐른 2021년에 복구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자료를 제시한 것은 필자가 퍽 고생해서 모아 엮은 이 자료가 처음이고 마지막일 것이다. 나는 중간광고 금지란 가장 비효율적이고 비능률적인 TV 광고 제도라고 생각한다. 영어로 Cost Per Rating Point, 시청률 1포인트당 가격이란 말이 있다. 중간 광고가 없던 우리 제도와 있는 영국, 미국, 일본 3개국의 프로그램 시청률 흐름을 보면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그 장단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48년 동안 비효율적인 중간 광고 제도로 낭비된 한국 돈은 천문학적 금액일 것이다.

영국, 미국, 일본이 몰라서 중간 광고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아니다.

지난 한, 두 주간 사이에 챗GPT를 위시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얽힌 경쟁이 전개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더욱 많은 관련 기업이 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 것이다.

왜 그러느냐 하는 질문이 나온다. 답변은 간단한데 돈이다. 따지고 보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며 투명하게 그리고 자사에 유리하게 광고를 유치해 회사 수입을 올리려는 것이다.

돈(광고) 없이는 우리가 바라는 자유민주주의 언론이란 그림의 떡이다. 해방 이후 80년 가까운 기간에 우리는 이런 사실을 똑똑히 보았고 겪었다. 다만 깨닫고 행동에 옮기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다시 말해 광고라는 투자 효과(Return on Investment)를 깨닫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일부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은 중간 광고를 Natural Break라고 부른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