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올해 빼빼로 데이의 반전은 있었는가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올해 빼빼로 데이의 반전은 있었는가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11.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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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세븐일레븐
출처 세븐일레븐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편의점에서는 웬만한 기념일을 맞이하면, 그 전후로 프로모션 행사를 잘 연다. 그런 행사 날의 3대 지존이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3대(大) 데이(Day)’라고 한다. 바로 2월 14일 밸런타인 데이, 3월 14일 화이트 데이, 그리고 11월 11일 빼빼로 데이이다. 여기에 전통 명절인 설과 추석을 넣어서 편의점에서는 ‘5대 행사’라고 한다. 이 다섯 개 행사에서 올리는 매출을 보면 빼빼로 데이가 다른 날들을 압도한다. CU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5대 행사 프로모션으로 나오는 매출 중에서 빼빼로 데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은 42.5%로 나타났다. 이어서 화이트데이(16.1%), 밸런타인 데이(14.8%), 추석(13.5%), 설(13.1%) 순이다.

빼빼로만으로 한정해 날짜와 달 단위로 CU에서의 매출을 보면, 한 해 실적의 45.5%가 11월 한 달에 나온다고 한다. 그리고 보통 선물로 주려고 전날에 사는 경우도 많으니까, 11월 10일과 11일의 빼빼로 매출이 11월 전체의 65%를 차지한다. 그러니까 빼빼로 한 해 매출의 약 30%가 이틀 동안에 팔리는 셈이다. 특정 상품의 어떤 기념일도 이 정도로 매출이 집중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게다가 최근 4년간의 추이를 보면 빼빼로 데이 행사 기간 중 이틀 동안의 매출이 매년 상승하고 있다. 역시 CU의 자료인데, 전년 빼빼로 데이 날 대비한 행사 매출이 2019년에는 12.3%를 기록했는데, 2020년과 2021년에는 20%대를 넘겼고, 지난해 2023년에는 41.8%까지 급격히 올랐다. 그런데 올해에는 심상치 않은 변수가 있었다. 빼빼로 데이 당일이 토요일이었다. 2018년 빼빼로 데이가 일요일이었다. 전년 빼빼로 데이 대비하여 1.9% 증가에 그쳤다. 그래서 올해 토요일 빼빼로 데이의 성과가 어떠할지 예측의 진폭이 컸다.

2018년의 2%에 미치는 성과보다는 훨씬 증가 폭이 클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편의점 체인마다 캐릭터를 활용한 자신들만의 빼빼로 상품들을 내놓는 등 전력투구하며 빼빼로 데이를 띄우는 분위기를 조성한 영향이 컸다. 최근 10년 사이에 3대 데이 이외에 핼러윈(Halloween)이 편의점의 또 하나 이벤트 데이로 떠올랐는데, 작년의 비극으로 올해 조용히 넘어가면서, 빼빼로 데이에서 만회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였다. 그 덕분인지 CU의 11월 1일부터 빼빼로 데이 전날인 10일까지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하여 12% 올랐다. 그러나 당일인 11일 매출이 전년과 비교하여 19%나 빠지면서 11월 들어서의 빼빼로 데이 마케팅의 결과는 8.2% 떨어진 걸로 마감되었다. 다른 편의점들의 결과는 어땠을까?

11월 11일까지의 매출이 세븐일레븐과 GS25도 빠진 걸로 나타나고, 이마트24만 2% 증가한 걸로 나타났다. 당일 매출로만 보면 이마트24도 당일 매출은 14%가 줄었다. 사후 진단이지만 토요일에 한파까지 겹친 영향으로 본다. 사실 빼빼로의 롯데웰푸드는 올해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공을 들였다. 조선일보 기사에 의하면 ‘빼빼로는 작년 한 해 19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해외 매출이 전년인 2021년 대비 40% 증가한 약 480억 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해외 시장 매출을 전년의 네 배가량인 2000억 원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기사의 수치를 그대로 믿는다면, 의욕 치라고 해도 목표가 좀 과하다. 올해 국내외 매출보다 많은 양을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것 아닌가.

미국 공군의 슬로건처럼 ‘Aim high’, 높은 목표를 세운 롯데웰푸드에서는 당연히 해외에서 매우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했다. 외국에서도 빼빼로 데이 열풍을 일으키겠다면서 미국 뉴욕 맨해튼의 옥외 광고물의 메카라고 하는 타임스퀘어에 대형 광고물을 설치했고, LA 시내에도 광고판을 선보였다.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몽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서 광고물과 함께 유통점 특별 매대를 빼빼로 데이를 주제로 선을 보였다. 걸그룹 뉴진스를 모델로 기용한 것도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포석이었다. 그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빼빼로 데이가 주요한 공략 시장에서 별로 화제가 되지는 않은 것 같다.

국내 기념일의 해외로의 확산, 요일 요인을 넘어서는 마케팅 프로그램, 유통업체와의 획기적인 협업 기획 등 반전을 일으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숙제를 안겨주고 올해의 빼빼로 데이는 지나간 것 같다.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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