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춤의 나라와 아름다운 나라의 동맹 ‘요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춤의 나라와 아름다운 나라의 동맹 ‘요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3.10.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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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병역의 의무를 미국 육군에서 일하는 한국군이라는 카투사(KATUSA)로 수행했다. 미국의 휴일에 맞춰 쉬기도 하고, 행사하니 자연스럽게 미국의 기념일에 익숙하게 되었다. 사람 사는 곳은 비슷하다고, 날짜들이 좀 달라서 그렇지 상응하는 유사한 의미의 기념일들이 양국에 있다. 대개 9월 말에 맞는 한가위와 11월 말의 추수감사절, 노동절은 한국에서는 3월에 ‘근로자의 날’이라고 하다가 글로벌 분위기에 맞춰 5월 1일로 옮기며 메이데이(May Day)라고 보통 부르고, 미국에서는 9월 초에 여름의 마지막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레이버 데이(Labor Day)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짜만 다른 게 아니라, 행사 규모나 인지도에서 크게 차이가 나는 기념일이 있다. 한국에서는 10월 8일, 미국에서는 11월 11일이다. 11월 11일이라면 빼빼로데이나 중국의 광쿤지에(光棍节)가 마케팅 관련한 일을 하는 이들에게는 먼저 생각나겠지만, 20세기의 아주 역사적인 날이다. 바로 일차대전의 종전기념일이다. 유럽에 대거 파견되어 참전했던 미군들이 귀국할 수 있게 된 날이라, 미국에서는 ‘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로 기념한다. 한국은 원래 세계향군연맹(World Veterans Federation: WVF)에 가입했던 5월 8일로 재향군인의 날을 1965년에 국무회의 의결로 제정하고 기념했다가, 어버이날과 겹친다고 2002년에 현재의 10월 8일로 바꾸었다. 기념일 유래의 무게와 대중의 인지도 정도 이상으로 행사 규모나 다채로움에도 양국 간에 차이가 있다.

‘Carry the Load’라고 2011년에 설립되어 역사도 길지 않은데 매우 주목받는 미국의 재향군인 단체가 있다. 전투력에서 최고 정예로 평가받는 네이비실(Navy Seal) 출신 2명이 창설했는데, 단체의 이름을 잘 지었다. 곧 브랜딩이 탁월하다. 일차원적으로 직역하면 ‘짐을 나르다’ 정도인데, 조금 넓히면 ‘직무나 의무를 수행하다’가 되고, 위험하고 다른 이들이 꺼리는 일이라도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 한다는 어감을 담고 있다. AT&T, Coors, GMC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 단체의 후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도 몇 년 전부터 이 단체에서 주관하는 미국 재향군인의 날 즈음한 모금 활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재향군인들을 위한 활동 중 삼성이 주력하고, 인정받는 부분은 따로 있다.

삼성전자는 1978년 미국에 SEA(Samsung Electronics America)라는 해외사무소를 설치한 걸 미국 진출의 원년으로 삼는다. 그 40주년을 기념하여 2018년에 3명의 전역자를 인턴으로 특별 채용했다. 전역하여 대학에 재학 중인 이들을 위한 특별 교류 및 학습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뉴욕의 삼성837 건물을 활동 공간으로 제공했다. 또한 노령의 재향군인들을 위한 거처 건축을 지원했다. 이런 활동의 결과로 삼성전자는 2021년 미국 포브스 잡지에서 선정한 '재향군인을 위한 최고의 고용주(Best Employers For Veterans 2021)' 조사에서 50위에 올랐다.

‘자유 수호를 위한 미군들의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그저 기부하거나 후원하는 것이 아닌 매출과 직접 연계된 활동도 있다. 재향군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특별 할인 행사를 한다. 전투에서의 부상으로 신체가 불편한 이들을 위한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미국의 현충일이라고 하는 5월 말의 메모리얼 데이(Memorial Day)는 여름의 시작이라며 쇼핑 주간이기도 하다. 그런 현충일에 삼성, LG, 현대와 기아 등 한국 기업들이 펼치는 할인 행사는 일본 기업들과는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과거의 유산이 축적되어 동시대에 맞게 새로운 가치를 발한다.

올해의 미국 재향군인의 날은 좀 더 뜻깊게 새길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한국 정부에서 1953년 한국전쟁 휴전 직후에 미국과 군사동맹 맺은 지 70년이 되는 해로 각종 기념행사와 광고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말 한국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전후한 2주 동안은 뉴욕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삼성전자와 LG의 대형 전광판에 ‘한미 참전용사 10대 영웅’ 홍보 영상이 매일 680회씩 송출되었다. 한국 국가보훈처에서 한미연합사령부와 공동으로 선정했다는 10대 영웅의 사진과 그들에게 보내는 감사 메시지로 이루어진 영상은 유감스럽게도 타임스퀘어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옥외광고로는 글씨와 그림 크기가 작아 내용이 전달되기 힘들었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몰리고 현란한 디지털 광고판들이 경쟁을 벌이는 곳에서 너무나 차분하고 경건했다. 날짜도 한국전 발발이나 휴전과도 떨어져 있고, 미국의 현충일이나 재향군인의 날과도 상관없었다. 광고의 목표고객이 타임스퀘어 현장에 있는 이들이 아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현장성을 중시하는 옥외광고의 반전이라고나 할까.

9월 말 다른 방향에서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고 알리는 동영상이 나왔다. ‘대한민국의 K 미국의 美’를 합쳐서 ‘K美’란 신조어를 만들고, ‘기대하라! 70년 K美를! 한미동맹 70주년’이란 제목으로 힙합 랩과 댄스가 어우러진 작품이었다. 직전 7월에 공개된 한국관광공사의 4편의 영상 중 ‘댄스’ 편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춤으로 뿜어낼 수 있는 나라’로 한국을 정의했다. 한국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가 진정 춤일까. 분노를 일으키며 공개하자마자 내려버린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제작했다는 2016년의 ‘아라리요 평창’ 동영상이 문득 생각났다. 아름다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박재항 매드타임스 대기자, G_BAT대표, 인하대 초빙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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