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한일 간의 옥외광고 오디언스 측정

[신인섭 칼럼] 한일 간의 옥외광고 오디언스 측정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4.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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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한 지가 엊그제인데 한 달이 다 갔다.

작년 12월에는 옥외광고에 두 가지 작은 뉴스가 있었다. 12월 13일에 이스라엘의 떠오르는 테크회사 페리온(Perion)이 캐나다의 독립 프로그래매틱 옥외광고 회사인 하이브스택(Hivestack)을 1억 달러에 샀다. 12월 21일에는 2019년에 설립된 첨단 옥외광고 회사 라이브보드(LIVE BOARD)에 일본 2위 광고회사인 하쿠호도(Hakuhodo. 博報堂. 정확하게는 하쿠호도 DY 미디어 파트너즈)가 가입했다. 라이브보드는 원래 일본의 통신회사 도코모(일본말인데 ‘어디든지’라는 뜻)와 일본 최대의 광고회사 덴츠(Dentsu. 電通)가 주주였다. 일본 1, 2위이며 세계적으로는 7위, 8위인 광고회사가 주주로 가입했으니, 라이브보드가 어떤 회사인가 짐작이 간다.  

이제 겨우 창립 5주년을 맞이하는 라이브보드가 왜 이렇게 광고 산업의 뉴스거리가 되었는가를 알려면 일본의 매체 자료 발전 과정을 간단히 살피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일본에 신문 잡지 부수 조사 제도인 ABC가 시작된 것은 1952년 ABC 간담회였고 협회로 된 것은 1955년이었다. 그러나 신문 정례 부수 조사 시작은 1968년이었고, 1970년대부터 정기 조사가 정착했다. 한 가지 흥미 있는 일은 “Audit Bureau of Circulations”라는 영어의 "Audit"을 “감사(監査) 또는 조사(調査)”라 하지 않고 “공사(公査)”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신문 부수를 “조사”한다는 표현을 얼마나 꺼렸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公査”란 말은 우리 말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일본어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신문사의 발행 부수를 “조사“한다는 어감이 주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TV 시청률 조사는 1960년에 미국 닐슨이 시작했으나, 뒤에 덴츠 계열 조사회사인 비디오 리서치로 넘어갔다. 90년대 피플 미터(PeopleMeter)로 바뀌기 전까지는 세대 단위 프로그램 시청률 조사로서 흔히 말하는 기계식 조사였다. 피플 미터로 바뀐 이유는 새로운 시청률 조사는 시청하는 사람을 조사했기 때문이다.

전통 매체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랜 매체는 어느 나라이든 옥외광고이다. 어느 나라이든 매체 조사 자료가 가장 늦은 것도 옥외광고였다. 그 이유는 신문 잡지 라디오 TV와 비교하면 옥외광고는 너무도 각양각색이어서 매체 조사 또는 효과 조사를 하기가 힘들다. 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시대가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영어 낱말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DOOH(Digital Out-of-Home)란 말이 생겼는데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요새는 pDOOH란 말이 등장했는데 'p'는 Programmatic의 머리글자이다.

글로벌 옥외 오디언스 측정 지침 (GLOBAL OOH AUDIENCE MEASUREMENT GUIDELINES) 영문판과 일본어판 표지
글로벌 옥외 오디언스 측정 지침 (GLOBAL OOH AUDIENCE MEASUREMENT GUIDELINES) 영문판과 일본어판 표지

2019년에는 세계옥외광고 기구의 이름이 World Out-of-Home Organization. WOO로 개명했다. 그리고 2022년에는 Global OOH Audience Measurement Guidelines란 책을 발간했다. 우리말로 옮기자면 『글로벌 옥외광고 측정 지침』이다. 이 책보다 13년 전인 2009년에 유럽 시장조사회사인 ESOMAR가 주동이 되어 유럽과 미국의 광고단체가 협력하여 "Global Guidelines on Out-of-Home Audience Measurement"란 책이 발행되었으므로 WOO의 2022년 책은 이 개정판이라 할 수 있다. 달리 보면 옥외광고의 광고매체로서 가치 측정 자료가 기타 전통매체 자료와 맞먹을 만큼 과학화한 것이다.  

눈여겨볼 사례는 일본의 경우인데 2019년 창설된 라이브보드이다. 신문, 잡지, 라디오와 TV의 매체 자료에 못지않은 광고매체로서 옥외광고 (Out-of-Home)의 자료가 라이브보드에 의해 발표되었다.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낙후되어 있던 옥외광고 매체 자료를 2019년 창설 이후 불과 4년 기간에 갖추어 놓은 것이다. 두 주주인 일본 최대의 텔레콤 회사 “도코모” (51%)와 일본 최대인 광고회사 덴츠 (49%)의 합작으로 설립되었다. 2023년 말에는 일본 제2위 광고회사 하쿠호도가 참가했다.

아마도 급변하는 세계 옥외광고의 디지털화와 혁신을 집약한 것이 앞에 언급한 2022년 5월에 WOO가 출판한 책일 것이다. 이 책이 출판된 지 5개월 만에 일본어판을 출판한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일본은 이 책 개정 시에 디지털 사이니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참여했다. 그리고 이 컨소시엄이 번역, 출판을 맡아 했다.

우리는 어떻게 했나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작년 10월 24일~27일 서울에서 주최된 아시아 광고대회의, 애드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세계 옥외광고기구 WOO 회장, 일본 라이브보드 사장, 옥외광고 회사 하이브스택 대표, 한국 옥외광고 회사 포도 대표,  현대 퓨처넷 디지털 사이니지 부장의 특별 세션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매체 그리고 가장 매체 자료가 뒤진 옥외광고에 현대화 세계화의 문이 열렸다.

출처 korea.net
출처 korea.net

4년 전 한국은 유엔 무역 개발회의(UNCTAD)가 1964년 창설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유일한 나라였는데 한국이 포함되어 두 나라가 되었다. 대단한 일이다. 

이제 한국의 옥외광고는 글로벌화하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되었다. 왜? 

한국은 선진국이니까.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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