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바쁘면 대동강 다리로 돌아 가라." DOOH 시대에 당면한 우리의 과제

[신인섭 칼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바쁘면 대동강 다리로 돌아 가라." DOOH 시대에 당면한 우리의 과제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4.0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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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하나는 오랜 옛말이고 또 하나는 해방 전 일본강점기 대동강 인도교가 개통된 (1923) 뒤에 나온 말이다. 아마도 월남해 지금 85세가 넘은 평양 출신은 이 말의 뜻을 알 것이다.

평양의 문은 대동문이었다. 대동문에는 강을 건너는 나룻배가 있었고 강 건너 동대원으로 가는 데는 매우 편리했고 빨랐다. 다만 나룻배란 바쁜 아침에는 붐비고 ‘만원사례’로 놓칠 때도 있다. 또한 날씨 따라 변덕이 있다. 겨울에는 강이 얼어붙어 걸어 건너갔다. 겨울 낚시꾼이 남긴 얼음 구멍이 뚫린 곳이 있어서 때로는 그 구멍에 빠져 참변을 겪은 일이 신문 기삿거리가 되기도 했다.  

대동문 (출처 나무위키)
대동문 (출처 나무위키)

대동강 인도교는 대동문에서 2km쯤(?) 하류로 내려간 위치에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전차도 있었고 인도도 있었으므로 믿을 수 있었고 안전했다. 그래서 ‘바쁘면 대동강 다리로 건너가라“는 말이 생겼다. 

대동강 인도교 (출처 위키피디아)
대동강 인도교 (출처 위키피디아)

왜 부질없이 이런 소리 하느냐 물을 것이다. 이유는 뒤에 나온다.      

PQ 미디어 리서치는 세계 옥외광고(Out-of-Home)가 2023년에서 2026년 3년 연평균(CAGR 기준) 15.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체 세계 광고비는 발표하는 광고회사 그룹 계열 매체 전문회사에 따라 다르나 5%~7%쯤 성장이다.

무엇이 OOH 매체의 이런 고도성장을 가져오는가 하는 질문이 생기는데 간단히 말해서 디지털 프로그래매틱 OOH 시대의 도래이다. 달리 말하자면 세계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OOH 매체의 연구, 가시도와 주목률 조사, 매체 계획 작성, 구매, 효과 측정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오래전 미국 광고계에서는 광고 예산을 짜고 난 뒤 자투리 돈이 남으면, 그 돈을 옥외광고에 쓴다는 말이 있었다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옥외 매체는 천대받았다. 이유는 있었다. 신문 잡지 라디오 TV와는 달리 독자와 시청자에 대한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다.

세계가 인터넷 디지털 시대로 바뀌자, 옥외광고에는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그 변혁을 가장 뚜렷하게 제시한 것은 2009년 유럽의 시장 조사 회사인 ESOMAR가 주도한 “GLOBAL GUIDELINES ON Out-of-Home Audience Measurement”였다. 다가오는 변화를 염두에 두어서 Version 1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리고 13년 뒤에 이번에는 세계 옥외광고 기구 (World Out-of-Home Organization. WOO)가 11개 선진국의 OOH 오디언스 측정 제도를 포함한 지침서(Guidelines)를 2022년 5월에 출판했다. 물론 이 자료는 2009년의 ESOMAR 자료의 업데이트이다. 이 두 가지 중요한 자료 출판 연도에서 알 수 있듯이 OOH 매체의 현대화는 기껏해야 10여 년 전의 일이었다.  

ESOMAR의 2009년 자료 표지
ESOMAR의 2009년 자료 표지

그러면 한국에 언제부터 OOH의 글로벌 시대가 다가왔는가 하는 질문이 생긴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2023년 10월 26일이 아닐까 싶다. 이 날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서울 삼성동 COEX에서 주최한 아시아광고 대회가 그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이날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3시간은 세계 옥외광고의 최신 현황을 다룬 발표가 있었다. 한국 최초로 세계 옥외광고기구 WOO 고다드 회장, 2016년 캐나다에 설립한 글로벌 디지털 OOH 회사인 하이브스택 수플리오티스 사장, 2019년에 일본 도코모 (Dokomo)와 덴츠의 합작으로 창설된 라이브보드(Live Board) 사쿠라이 사장, 그리고 한국의 김대원 포도 미디어네트워크 대표, 현대 퓨처넷 수석 박현 박사의  두 분 발표가 있었다.  

DOOH 세션 프로그램
DOOH 세션 프로그램

이날의 세 발표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  OOH  산업의 현재를 역력히 보여 준 첫 사례였다. WOO가 2022년에 출판한 『세계 옥외광고 오디언스 측정 지침(Global OOH Audience Measurement Guidelines)』과 급변하는 옥외광고 매매의 시장 현황 그리고 일본의 현황이 소개되었다. 즉 지금부터 불과 4개월 전의 일이었다.

모르기는 해도 아마 지금쯤은 온라인에 공개된 WOO의 이 자료는 널리 퍼졌을 것이다. 한국의 1년은 때로 바깥 세계의 10년의 변화를 불러온다는 일이 한국 옥외광고 산업에 일어나기 시작한 변화일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서둘러야 할 것이 WOO의 2022년 Guidelines 우리말 소개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자료의 번역에 앞서야 할 일이 OOH 측정과 관련된 용어의 풀이일 것이다. 왜? 같은 영어 낱말도 나라 따라 풀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WOO의 2022년 Gidelines에 수록된 용어는 모두 145개이다.

이 용어집 외에 영국 옥외광고 세 단체 iabUK, Outsmart, Route 가 2023년에 발표한 용어집에는 141개 낱말이 포함되어 있다. 두 자료를 대비한 것은 아니나 겹치는 낱말이 상당이 있을 것이나 다른 낱말들도 있을 것이다.

iabUK, OUTSMART, route의 용어 자료 표지
iabUK, OUTSMART, route의 용어 자료 표지

왜 영국의 자료를 언급하느냐 하면 미국보다 산업혁명이 앞선 곳은 영국이고 “History of Signboards”라는 책이 출판된 해가 1866년으로서 유럽 특히 영국이 옥외광고 산업에서도 앞섰기 때문이며 영국과 미국의 공통 언어는 영어이기 때문이다.

The History of Signboard 표지
The History of Signboard 표지

자료 번역에서 한 가지 고려 사항이 있는데 일본의 상황이다. WOO의 2022년 자료와 이 책이 일본어로 번역, 출판된 시기의 차이는 겨우 5개월이라는 사실이다 (그림 9 참조). 그리고 일본은 이 자료를 아예 온라인으로 공개했다. 또한 번역은 디지털 사이니지 컨소시엄이 했다. 감역(監譯)이라 했으니 번역하고 감수했다는 말이다.  왜 그랬을까? 이 지침서는 전문용어가 많아서 전문가의 공동 작업이 바람직스럽다. 그리고 옥외광고에 관련되는 여러 회사는 물론 소비자인 국민 즉 오디언스의 이해가 필요하므로 모두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인식의 반영이었다.

일본어 번역판. 그림 하단 우측에 ‘디지털 사이니지 컨소시엄 감역(일본어)’이란 글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 그림 하단 우측에 ‘디지털 사이니지 컨소시엄 감역(일본어)’이란 글이 있다.

선진국 대열에 오른 우리이기는 하나 옥외광고에 대한 인식이 뒤졌다. 다만 뒤졌다는 것은 때로 도움이 된다. 앞선 모든 자료를 연구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다만 서두에 이야기한 돌다리와 평양 대동강 인도교 이야기처럼 바쁠수록 차분히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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