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서 오는 고정관념을 뒤엎다
외모에서 오는 고정관념을 뒤엎다
  • 박재항
  • 승인 2020.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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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이 잠에서 깨어 게슴츠레 눈을 뜬다. 잠이 덜 깬 탓도 있겠지만, 뭔가 혼란스럽고 걱정스러운 눈빛이다. 곧 장면이 바뀌어 그가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들과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하면서 학교에 데려다주고, 옷을 사러 의류 상점에 들르고, 식사하러 식당에 간다. 아주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그가 가는 곳곳에서 이상한 시선이나 움직임을 그는 감지한다.

남성의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딸을 차에 태우고 가던 백인 엄마는 딸이 그의 아들에게 손을 흔들자 황급히 차 창문을 올려버린다. 제법 고급스러워 보이는 의류 상점에 그가 들어가자 종업원들이 그에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며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손님으로 맞기보다는 언제 강도로 돌변하여 해치려고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얼굴에 나타나기도 하고, ‘돈이 없는 당신 같은 사람들이 올 데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식당에 온 손님은 종업원이 그의 옆 테이블로 안내를 하지, 망설이다가 다른 쪽으로 간다. 수영장에서 아들과 함께 풀에서 장난을 치며 물놀이를 하는데, 그곳에 있는 백인 아이들과 부모로 보이는 이들 아무도 그들 옆에 오지 않는다.

갑자기 화면이 전환하면서 권위 있어 보이는 두꺼운 나무를 댄 문이 열리매 보니 재판정이다. 판사 입장을 알리며 재판정에 있는 모든 사람이 판사에 대한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일어난다. 이상한 시선들과 꺼리는 몸짓에 부딪혔던 흑인이 바로 판사이다. ‘Let’s talk about the look so we can see beyond it’이란 태그 라인이 뜬다. 밖으로 보이는 피부색이나 인종 특성에 따른 편견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서로 얘기하여 고쳐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재판정을 무대로 하고 흑인이 나오면 의당 피고석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던가. 이런 생각을 뿌리 깊게 담고 있는 표현이 있다. 아마 판사석의 흑인을 보고 KKK단원이라면 손가락질을 하며 그렇게 외칠지 모른다. “You don’t belong there(거기는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니야).” 

이보다는 좀 더 밝고 가볍게 비슷한 반전을 담았던 광고가 2000년 전후에 한국에서 나왔다. ‘KTF적인 생각이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라는 태그 라인과 함께 선보였던 캠페인이 있다. 고급 승용차의 뒷좌석에 넥타이를 매고 근엄한 표정으로 서류를 보는 듯한 전형적인 사장님 포스의 장년 남성이 그 차 옆으로 청바지에 무릎보호대를 차고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지나가는 청년을 보고 혀를 끌끌 찬다.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를 보는 표정이다. 장년의 남성이 어느 회사의 사장실 앞에서 옷매무새를 고치고 자세를 잡는다. 뭔가 거래를 트거나 부탁을 하러 온 것 같은 분위기다. 그가 안내를 받아서 들어간 사장실 책상에 그와 지나쳤던 청바지 입고 롤러블레이드를 탔던 청년이 앉아 있다.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로 회자하였던 광고이다. 이 캠페인의 일환으로 수염 기른 장년의 남성이 대학 강의실에 들어와 모두 교수님인가보다 하고 자리에 앉는데, 장년 남성은 학생이었고, 젊은 교수가 강단에 가서 서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편도 나왔다. 모두 ‘The look’에 기인한 고정관념을 반전시키는 이제 전설이 된 광고들이다.

반전을 보여주는 P&G의 ‘The Look’ 캠페인 작품은 2019년 칸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했다. 집행되었던 광고를 놓고 경합을 벌이는 곳을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는 자리로 이용했다. 광고의 소재인 인종 문제, 구체적으로 흑인에 대한 차별의 심각성에 그만큼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는 걸 극적으로 연출했다. 인종 차별에 반대하며 미국 국가에 다른 이들이 하는 식으로 경의를 표하지 않았다고 해서 미식축구계에서 배척된 콜린 캐퍼닉을 내세운 ‘Dream crazy’가 ‘The Look’이 선보인 바로 그 장소인 칸에서 그랑프리를 획득하며 인종 차별 문제가 광고계도 비껴갈 수 없는 이슈로 자리 잡았다. ‘The Look’ 캠페인의 반전 효과도 극대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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