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최고의 반전을 이룬 여자 배우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최고의 반전을 이룬 여자 배우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8.03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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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로렌 (출처 biography.com)
소피아 로렌 (출처 biography.com)

그녀의 발은 너무 크다. 코는 너무 길다. 이빨은 고르지 않다. 목은 그녀의 어느 라이벌이 말했듯, “나폴리 기린”같다. 허리는 허벅지 가운데에서 시작하는 듯 보인다. 펑퍼짐한 골반은 곡식 자루 절반 정도 크기다. 뛰는 모습은 풀백처럼 보인다. 손은 엄청나게 크다. 이마는 낮다. 입은 너무 크다. 그리고 맘마 미아 Mamma mia, 그녀는 극도로 아름답다. - <더 패치>(존 맥피 지음, 윤철희 옮김, 마음산책 펴냄, 2020) 184쪽에서-

저렇게 이상하게 깎아내리고는 최고의 찬사로 끝맺을 수가 있나. 그녀는 자신을 두고 “많은 이상한 것들의 연합체”라고 했다. 어릴 때 그녀에게 젖을 먹였던 유모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평생 본 중에 제일 못생긴 아이였어요. 어찌나 못생겼던지, 지금도 나는 그 아이한테 젖을 주고 싶어 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장담해요.”

그러면서 자신의 젖이 그녀를 그렇게 아름답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자신을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그녀에게 서운함을 표시한다. 더 서운한 부분은 그녀의 엄마가 지불한 돈보다 두 배는 더 젖을 먹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 애 수백 명에게 젖을 먹였지만, 그 애만큼 많이 먹는 애는 없었어요. 그 애 어머니는 나에게 한 달에 50리라를 줬어요. 그런데 그 애는 적어도 100리라 어치의 젖을 먹었죠.”

미인대회에 출전했을 때, 소피아 로렌 (출처 Wikimedia Commons)
미인대회에 출전했을 때, 소피아 로렌 (출처 Wikimedia Commons)

유모에게 준 50리라의 두 배가 되는 100리라 어치 젖을 먹었지만 아이는 너무 말라서 별명이 막대기일 정도였다. 열네 살이 되면서 그 막대기에 살이 붙으며 꽃처럼 피어났다. 체육 수업받는 걸 보려고 동네 남정네들이 몰려들 지경이 되었다. 딸을 교사로 만들려던 꿈을 포기하고 어머니는 미인대회에 딸을 출전시켰다. 이어서 영화계까지 기웃거렸다. 열여섯에 우리로 치면 오디션에 딸을 데리고 갔다. 어느 줄에 딸을 세우려니까, 일하는 사람이 ‘그쪽은 영어를 하는 사람을 위한 줄’이라고 했다. 어머니가 “내 딸은 영어를 해요”라고 외치며 딸에게 영어로 물었다. “Do you speak English?” 딸이 대답했다. 이태리어로. “시, 마마 Si, Mamma.”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내 조카 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큰 조카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돌도 되기 전에 한국으로 왔는데, 미국 생활이 기억이 난다는 말을 초등학교 때까지 하곤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둘째 조카가 친구를 데리고 집에 와서 놀다가 형 자랑을 했다. “우리 형은 미국에서 태어났어. 어릴 때는 미국에서 살았어. 그렇지 형?”이라고 묻자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같이 노는데, 동생의 친구가 ‘그럼 영어도 할 수 있어’라고 묻자 대답을 하려는데, 동생이 먼저 치고 나왔다. “그럼!” 그리고는 형을 보고 연신 물었다. “형, 영어 할 수 있지? 영어 잘하지?” 당황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는데도 동생이 계속 물어댔다. 마침내 큰 조카가 큰소리로 대답했다.

“No!”

해석의 여지가 너무 많은 대답이었다. 부정했는데 ‘그리 잘하지는 못한다’라는 것으로 얘기한 것 같기도 하고, 아예 영어를 못한다고 한 것이라기에는 어쨌든 영어로 대답을 했다. 둘째 조카와 그의 친구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지 어리벙벙한 상태로 서로 얼굴만 쳐다보는 와중에 큰 조카는 자리를 피했다. 현명한 답변과 행동이었다.

1955년의 소피아 로렌 (출처 위키피디아)
1955년 소피아 로렌 (출처 위키피디아)

저 위의 이태리 배우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으나 그 오디션에서 선발이 되었고, 나중에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다. 사소한 영어 따위가 길을 막지 못할 정도로 그녀는 아름다웠다. 지금도 살아 있는 그 배우는 소피아 로렌 Sophia Loren이다. 보통 소피아의 철자로 ‘f’를 쓰는데, 그녀는 ‘ph’로 썼다. ‘ph’로 쓰면 이국적인 느낌이 더해진다고 해서 그랬단다. 그녀 자신의 뜻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길을 개척하는 노력을 했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가 될 반전의 기회는 있다. 아름다움과 당당함 앞에서 오디션 주최자가 만든 자격 요건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듯, 능력이 출중하면 언제든 스스로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

1986년 소피아 로렌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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