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관계 유지를 위하여 거리를 둔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관계 유지를 위하여 거리를 둔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9.28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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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가까이 두어라. 그런데 적은 더욱 가까이 두어라.

(He taught me: keep your friends close, but your enemies closer.)

영화 <대부> 2편에서 마이클 클레오네로 분한 알 파치노가 그에게 불리한 결정적 증언을 하려는 늙은 이전 마피아 단원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 방에서 아버지가 자신에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위의 말이었다고 한다.

일단 1차로 이렇게 협박을 당한 늙은 단원은 증언대에 서나 이태리에서 재판정까지 클레오네파의 위협적 보호 속에 나온 그의 형을 보고 증언하지 않고, 결국은 자살하게 된다. 그 이전 1편에서 아버지인 비토 클레오네가 조직 내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이런 얘기를 아들에게 한다. 배신자를 더욱 가까이 두어서, 배신하지 못하게 하라는 의미였다. 마이클 클레오네의 말은 배신자일수록 가까이에서 어떤 해라도 가할 수 있으니, 알아서 처신하라는 경고였고, 그 경고는 제대로 효과를 거두었다.

이 말에서 언론계와 정계에서 오래 활동을 했던 남재희 선생의 회고 하나가 생각났다. 남재희 선생이 YS가 대통령인 문민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때의 일이다. 한국노총만 인정하던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 사람들에게, 그는 민주노총을 대화상대로 집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설득했다. 민자당의 중진이라는 의원이 '민주노총은 빨갱이가 아니냐'라고 하니 그가 이런 말을 했단다.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말썽이 많은 한 사람을 입각시키려니까 측근 참모가 그 사람은 문제꺼리 아니냐고 이의를 제기했대요. 그랬더니 존슨 하는 이야기가 ‘그 말썽꾼을 텐트 안에 넣으면 오줌 눌 때 텐트 밖으로 눌 것 아니야. 밖에 놓아두면 텐트 안으로 오줌을 갈겨 댈 거고’라고 하더랍니다.”

적이라고 생각할수록 가까이 두는 게 좋다. 사람들과의 적당한 거리가 관계를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근 20년 전에 미국에서 사귄 동갑내기 교포 친구는 가끔 이렇게 말했다. "우리 둘이는 서로 말 놓지 맙시다. 너무 가까워지면 사이가 틀어지기 쉬워요." 그의 말 덕분인지 지금도 서로 존대는 하지만, 좋은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그의 시 ‘Mending Wall’ 중에서 말한 'Good fences make good neighbors(좋은 담장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고 할까.

‘친구’와 ‘적’의 대비에, 물리적이거나 심리적 거리의 고정관념에 대한 도치를 통해서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친구이면서 적이라는 의미를 지닌 ‘frenemy’라는 말이 꾸준히 쓰이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어느 때는 적을 만드는 게 더 많은 친구들을 만드는 반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는 “나는 친구를 만들기 좋아한다. 하지만 적을 만들어내는 게 더욱 좋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지지하게 만드는 데는 공통으로 좋아할 대상보다는 증오할 상대를 설정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한다. ‘공포 마케팅’이란 게 일종의 ‘적 만들기’, ‘적을 가까이 두기’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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