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크기의 변화가 만든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크기의 변화가 만든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11.02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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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전트빌' 캡처
'플레전트빌' 캡처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20세기 말 미국의 전형적인 소도시에 살던 남매인 청소년 둘이 1950년대 드라마 속의 마을로 가버린 이야기를 다룬 <플레전트빌>이란 영화가 있다. 시대 배경인 1950년대 미국을 충실하게 재현했는데, 아침 식사에 오른 팬케익이 접시를 완전히 덮어버릴 정도인 걸 보고 1990년대 말에서 온 여고생이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관객들도 저 때는 저렇게 양을 푸짐하게 먹었다며 웃음을 터뜨린다.

양도 양이지만, 그 시절에는 접시들이 작기도 했다. 미국에서 1950년대에는 '대형' 접시의 지름이 25센티였다. 오늘날에는 일반 접시가 그보다 더 큰 28센티이다. 1950년대의 접시에 담으면 넉넉하고 수북해 보일 양도 오늘날 접시에 담으면 쥐꼬리같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더 많은 양을 먹는다. 화면이 큰 그림이 대체로 시원해 보이고, 값이 나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리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더 많이 먹게 유도하는 의도로 접시나 식기를 크게 만든 것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한 교수의 말이 1700년부터 현재까지 영국의 보통 와인 잔 크기가 일곱 배 커졌다고 한다. 1700년 일반적 와인 잔은 고블렛(goblet)으로 70밀리리터 정도였다. 2017년 판매된 와인 잔의 평균 용량은 449밀리리터이다. 생맥주 500밀리리터 잔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영국에서 프로 축구가 시작되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잉글리시 게임>에는 만찬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상류층 인사들이 삼각형 원추를 거꾸로 놓고 손잡이를 붙인 듯한 고블렛 잔으로 와인을 마신다. 지금으로 치면 마치 위스키를 마시는 것과 같이 홀짝대는 느낌을 준다. 잔이 커진 이유도 역시나 더 많은 소비를 조장하기 위함이었다고 볼 수 있다.

McDonald’s Playland (출처 mumbrella)

마음의 위안과 놀라움을 주기 위하여 크기의 반전을 꾀한 사례가 있다. 2010년 3월말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세관 건물 앞에 놀이터가 들어섰다. 그런데 미끄럼틀이나 그네와 같은 놀이기구나 벤치의 크기가 여느 놀이터와는 달랐다. 모든 것들이 크기가 두 배 이상이었다.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로 맥도날드에서 기획한 것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직장인 남녀들이 환성을 지르며 놀이터로 가서 그네를 뛰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모습이었다. 맥도날드가 노린 게 바로 그것이었다.

‘Bring fun back to adults in the city(도시의 직장인 어른들에게 잃었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라는 목적으로 ‘당신 안의 어린이’를 겨냥한, 곧 ‘Inner child’ 캠페인의 일환으로 조성한 맥도날드의 어른 놀이터인 ‘McDonald’s Playland’였다. ‘Inner child’ 캠페인은 맥도날드를 꺼리게 되는 성인 소비자들을 목표 고객으로 2005년부터 집행했는데,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가 가장 화제가 되었다.

사람들에게는 뭔가 보통이나 일상과 다른 것을 보고 즐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다. 크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소인국, 대인국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두고 계속 약간씩 다른 장치에서 재연되며 나온다. 좁쌀에 글씨를 새기고, 그 안에 집을 짓는 등 한없이 작은 세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가 더 거대하게 만드는지 경쟁하기도 한다. 그런 경쟁에 지친 어른들에게 ‘놀이터는 아이들의 것이다’라는 통념을 깨면서, 동심을 되돌려준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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