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중의적 단어를 활용한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중의적 단어를 활용한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11.2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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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 Bryson의 "The Mother Tongue"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a Chinese eunuch called Cai Lun, with no balls but one hell of an imagination, invented paper. (불알 두쪽은 없었지만 상상력 하나는 풍부했던 채륜蔡倫이라는 중국 환관宦官이 종이를 발명했다.)"

1989년 영국에서 프린터 업체인 Epson이 한 광고의 카피 중 일부란다. 세계사나 과학사에서 만났던 종이를 발명한 채륜을 저렇게 광고에서 활용했다. 유감스럽게도 광고 원본은 오랜 시간을 두고 노력을 기울였지만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90년 이전이라고 해도 이런 광고 카피가 실릴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히 놀랍다. 자신의 저서 <The Mother Tongue>에 인용하며 저자인 빌 브라이슨(Bill Bryson)은 영국이 그런 불경스럽고 성적(性的)인 표현을 공개적으로 쓰는 데 훨씬 유연했다고 말한다.

'ball'이란 영어 단어가 위의 엡슨 광고에서는 남자 신체의 일부를 표현했는데, 실제 얘기할 때는 '배짱'을 나타내거나 보여주는 단어로 많이 쓰인다. 복수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데, 그런 사례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철의 여인’으로 유명했던 영국 수상을 지냈던 대처가 어느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시락과 대처
대처와 시라크 (출처 www.thelocal.fr)

Jacques Chirac asked journalists if I wanted his balls on a tray. (자크 시라크가 기자들에게 물었다더군. 자기 불알을 쟁반위에 올려 받치기를 내가 원하는지.)

자크 시라크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프랑스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이전 1986년에 그는 좌우 동거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다. 그 총리 시절에 영국의 대처와 맞서거나 협력하는 일들이 꽤 많았다. 어느 사안에서 대처가 ‘철의 여인’이란 명성 그대로 시락에게 거의 두 손 들고 항복하며 나오라는 식으로 압력을 가한 걸 두고, 시락이 옷 다 벗고 오라는 격이라며 저런 표현을 썼나 보다. 그 얘기를 건네 들은 대처가 우습다는 듯이 다른 기자에게 그 얘기를 꺼내고는, 곧바로 반전의 한 마디를 던진다.

Ha! I didn't even know he had any! (하! 기가 막혀. 난 그 사람이 불알을 한 쪽이라도 제대로 갖고 있는 지도 몰랐어!)

거의 ‘시라크가 그런 주제나 되냐’라는 식이다. 자신을 비난하거나 비판한 이의 말을 받아서, 그것을 가지고 살짝 비틀어 타격을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신공을 시현했다. 사실 저런 단어를 입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는 것 자체가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시락을 저렇게 개인적으로는 수치심을 느끼게 마구 퍼부어대도 되나 싶었다. 아마도 대처 정도면 자신이 나이도 일곱 살이나 많은 큰 누나 뻘이고-대처는 1925년생이고, 시라크는 1932년생이다-, 수상 자리에 오른 것도 시라크보다 8년이나 빨리 올랐으며, 시라크가 총리로 재직할 때는 포클랜드 전쟁의 승리 등으로 세상에 무서운 게 없을 시절이기도 했으니, 아무 말이나 팍팍 내지를 수 있었을 것이다. 대처의 재임 시절에 어느 언론 기사에 대처 수상을 두고 이런 표현을 한 게 기억이 난다.

“내각의 유일한 남성.”

그런 대처였으니 저런 표현 따위 아무렇지도 않게 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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