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CEO와 대통령의 골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CEO와 대통령의 골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11.16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골프를 즐기는 CEO는 많다. 특히 한국에서는 골프를 치지 않는 CEO나 사업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누구와 골프를 치느냐가 CEO나 사업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꽤나 유명했던 CEO의 골프에 얽힌 일화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큰 키에 시원시원한 성격이고, 그룹의 회장 앞에서도 맞담배를 피울 정도로 호방했다는 그가 어느 날 3명의 임원을 대동하고 골프장에 갔다. 유달리 페어웨이가 좁은 한 홀에서 그와 나머지 3명이 친 공이 모두 숲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거침없는 성격대로 성큼성큼 숲 속으로 걸어간 그는 다른 임원의 공을 “내 공이 여기 있네”라고 하면서 자기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누가 봐도 그 공은 CEO가 친 공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무도 “대표님. 그 공은 대표님 공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순간에 CEO가 집어든 공의 진짜 주인공인 임원이 갑자기 공을 집어들면서 말했다. “대표님. 저는 제 공 찾았습니다” 자기 주머니에 있던 공을 슬쩍 떨어트린 후 집는 시늉을 하며 소리친 것이었다.

골프를 마친 후에 CEO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때 일을 회고하며 “동반자의 공인 줄 알면서 내 주머니에 넣었다”고 털어놨다. 임원들이 자신이 엉뚱한 행동을 할 때 어떤 반응을 보이나 싶어 일부러 떠봤다는 거였다. 그에게 자신의 공을 뺏기고도 거짓말을 한 임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묻자 “임기응변 능력이 뛰어나다”고 후하게 평가했다. 차라리 조용했던 이들보다도 뛰어나다고 했다. 임기응변에 뛰어났다는 그 임원이 나중에 어디까지 올라갔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의 골프장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진 얘기를 들었다.

이번 선거의 향방을 가른 핵심 주였던 펜실베니아에 있는 크리크라는 퍼블릭 골프장에는 골프 사기꾼들이 판을 쳤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인 프랭키라는 사람이 다른 꾼과 50달러 내기를 하는데, 연장으로 가서 상대의 샷이 왼쪽으로 가서 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별안간 상대 꾼이 “이봐, 내가 여기 공을 찾았어!”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프랭키가 “이 나쁜 놈아! 네 공은 내 주머니에 있는데 어떻게 네가 찾을 수 있냐”라면서 분노하며 달려들었다고 한다. 그 크리크 골프장에서 프랭키라는 꾼과 상대도 하면서 골프의 기초를 닦은 인물이 있다. 바로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거 펜실베니아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투여했지만 패배를 맛본 도널드 트럼프였다.ᅠ

미국 프로농구 NBA 한 팀의 코치를 막 그만 둔 이가 도널드 트럼프와 함께 골프를 했다. 퍼팅을 하는 그린 위에서 그의 공이 홀에서 멀리 떨어져 있자, 트럼프가 크게 선심을 쓰는 말투와 자세로 가까이 놓고 치라면서 그의 공을 홀 가까이로 옮겨주었다. 물론 자기 공도 그렇게 옮기면서 그랬다. 농구 코치가 원래 공이 있던 자리로 가져다가 놓자 트럼프가 다른 사람들 모두가 듣게 크게 소리쳤다.

"여러분, 여러분! 이 코치가 얼마나 대단한지 말할게요. 그가 퍼트를 할 수 있게끔 내가 여기에 공을 두었는데 도로 제자리로 가져다 놓더군요. 이게 바로 그가 일자리를 잃은 코치고, 내가 130억 달러를 가진 부자인 이유죠.“

대통령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상황에서 골프를 이틀 연속으로 칠 정도로 트럼프는 골프광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와 골프 얘기를 미국의 유명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묶어서 <커맨더 인 치트 Commander in Cheat>라는 책을 냈다. 위의 농구 코치와의 일화도 거기에 나온 것이다. 최고명령권자로서 대통령을 이르는 ‘Commander in Chief’를 슬쩍 바꿔 멋진 반전을 제목에서 이루어냈다.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어쨌든 삶의 여정에서 숱한 반전을 만들어냈던 도널드 트럼프가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정말 미국 선거는 끝나지 않았다. 아마 4년 후까지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