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행동하지 않아서 느끼는 자부심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행동하지 않아서 느끼는 자부심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9.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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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똑같은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내가 왜 광고대행사에 몇백만 달러의 돈을 지불해야 하나?”

지난 세기 초에 미국의 꽤 유명한 기업의 창업자가 오랫동안 협력하고 있던 광고 회사의 대표에게 이렇게 푸념했단다. 그러자 “우리는 그렇게 바꾸지 못 하게 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겁니다”라고 광고 회사 대표가 대답했다는 전설이 있다. “내가 쓰는 광고비의 절반은 허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문제는 어느 쪽 절반인지 알 수가 없다는 거야”라는 말을 남긴 미국 백화점 업계의 개척자인 워너메이커(John Wanamaker)가 제일 위에 인용한 말의 주인공이라고도 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유행어가 하나 돈다 싶으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인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싶으면 그에 맞춘 광고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이들이 있다. 혹은 경쟁사에서 새로운 광고가 나오면,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냐고 한다. 계속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니면 철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광고를 가지고 나와야만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부류이다. 반대로 될 수 있는 한 효과가 나올 때까지, 아니면 어떻게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고 진득하게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 당연히 갈수록 유감스럽게도 광고주나 광고대행사 내부에서나 전자의 성급한 부류가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집중해야 할 대상에 '예스'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눈앞에 있는 100여 개의 훌륭한 아이디어에 '노'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 개발자회의에서 한 말이란다. 그래서 그는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한 일에 대해서 느끼는 만큼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전략의 핵심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선택하는 것'이라 말한 마이클 포터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이클 포터 (출처 TED)
마이클 포터 (출처 TED)

소비자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서, 광고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소비자들을 꼭 집어낼 수 있고,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뭔가 자신들이 생각할 때 새롭다는 거리를 가지고 목표 소비자에게 무차별적인 폭격을 퍼붓는다.

소비자들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기업과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자신들이 기업을 리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스피드가 기업 활동에서 생명처럼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괜히 소비자를 넘겨짚어 엉뚱한 방향으로 먼저 가는 것은 올바른 스피드가 아니다. 소비자의 욕구가 분출되는 시점에서 그 욕구의 핵심을 얼마나 소비자들이 원하는, 용인할 수 있고, 알맞다고 생각하는 시간 내에 맞추어 주냐가 관건이다.

소비자의 욕구를 제대로 잡아내기 위해서는 가만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광고주에게 광고대행사는 어쩌면 광고주가 행동을 취하지 못 하게 하는 것에 덧붙여 기다리는 시간을 함께해주는 대가로 보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광고하는 사람들이 먼저 인내심과 겸양지덕을 키워야만 할 것 같다. 성질 급하다는 것과 자기의 지식의 양을 자랑하는 것이 타고난 광고인의 미덕이라고 치부하는 그런 속성은 이제 떨쳐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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