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의 명수, 헨리 포드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반전의 명수, 헨리 포드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8.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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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 뉴욕 버팔로에서 '모델 T' 앞에 서있는 헨리 포드 (출처 VOAKorea)
1921년 뉴욕 버팔로에서 '모델 T' 앞에 서있는 헨리 포드 (출처 VOAKorea)

“내가 현대를 발명했단다.(I invented the modern age).”

1930년대 미국에서 10대 소년과 교육 제도를 가지고 논쟁을 벌이던 60대 노인이 “이제 시대가 달라졌어요. 현대라고요”라는 소년의 말에 위와 같이 대답했다. 이런 엄청난 말을 던진 사람이 누구일까? 후보로 어떤 이들을 올릴 수 있을까? 막연한 질문이라서 제대로 답한 사람이 없지만, 정답을 알려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 주인공은 헨리 포드이다. 워낙 저 말이 유명해서 제목으로 가져다 쓴 헨리 포드 평전 같은 것도 있다.

“고객은 어떤 색상의 차든 가질 수 있다. 단지 그게 검은색이기만 하다면.“

현대를 발명했다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인 그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두고 했다고 한 유명한 말이다. 반전의 묘미가 있는 표현인데, 헨리 포드의 공식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My Life and Work>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Any customer can have a car painted any colour that he wants so long as it is black.’

직역하면 ‘검은색이기만 하다면 고객은 원하는 어떤 색상으로든 도장된 차를 가질 수 있다’ 정도가 되겠다. 헨리 포드가 이 말을 한 시기는 1909년이었다. 세일즈맨들과의 강연 형태의 회의에서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1908년에 나온 모델 T는 녹색이 주조였다. 그리고 위의 말을 한 이후로도 1913년까지 여러 색상의 모델 T를 살 수 있었다. 검은색으로만 한정되어 생산된 건 1914년에서 1925년까지라고 한다. 1926년과 1927년에는 모델 T의 색으로 녹색, 파란색, 갈색 등등도 제공되었다. 사실 저 말은 한 플랫폼으로 비용 절감을 하면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효과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필이면 검은색이었던 이유도, 페인트칠이 빨리 말라서 시간당 생산대수를 늘일 수 있는, 곧 비용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 회사가 했던 비용 절감 노력 가운데서 가장 똑똑한 것”.

헨리 포드가 이렇게 자부했던 조치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비용 절감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들리는 임금 인상이었다. 그것도 하루아침에 2배로 인상했다. 이 조치를 두고 미국 기업계를 무너뜨리는 반역적인 행위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나중에 경영학자들은 직원을 고객으로 바꾸어 자동차 구매를 권장하기 위한 고도의 마케팅 계획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포드의 의도는 단지 직원들이 퇴직하지 않고 오래 다님으로써, 채용과 교육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노동 생산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것이었다.

실제 제품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그가 취한 조치는 주 5일 근무였다. 포드는 “일주일에 5일만 일하는 사람은 일주일에 6일 일하는 사람에 비해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시간에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이 의류와 음식 소비도 늘어나고, 돌아다니는 시간도 가지면서 운송 수단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하는 시간을 줄여서 생기는 궁극적인 반전의 결과를 이렇게 예측했다.

“일거리는 더 많아질 것이고 임금도 더 높아질 것이다.“

사실 무엇이 먼저라고 하기 힘들게 선순환을 만들어냈다. 쓸 수 있는 돈과 시간이 많아진 노동자들이 생활수준을 높이는 데 그 돈과 시간을 쓰면서 포드자동차와 같은 임금이 높아진 기업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활발하게 시장이 돌아가면서 수입은 늘어났다. 이런 걸 올해 1월 작고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선생은 ‘시장 창조 혁신(market-creating innovation)’이라고 하며, 헨리 포드의 성취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런 혁신을 반전의 기법으로 표현하는 데 뛰어났던 헨리 포드는 다른 한편으로 그의 인생에서 숱한 반전을 보여준 인물이기도 헀다. 그의 인생의 반전 언행들은 다음 편에 잇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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