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약점을 강점으로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약점을 강점으로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8.2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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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TV를 동네의 모든 집들이 장만했지만, 컬러 TV 사기를 거부하는 아버지가 있는 집이 있었다. 가족들의 성황에도 불구하고 흑백 TV로도 프로그램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아버지는 주장했다. 동네 사람들 보기 창피하다는 어머니의 불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흑백 TV로 보면 눈이 훨씬 덜 피곤하다고 했다. 가족들이 아버지께 사정했지만 통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더욱 완강해졌다.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니 차라리 귀하다며 자부심을 가지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초등학생 막내가 아버지 말씀이 맞는 것 같다고 하자, 아버지의 얼굴이 환해졌다. 자신의 논리가 먹히고, 응원군이 생겨 기뻤다. 막내는 이런 좋은 걸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무슨 얘기인지 아버지가 의아해했다. 막내가 백지에 커다란 글씨로 알림 문구를 써서 와서 집 앞에 붙이겠다고 했다.

“눈이 피곤해지지 않는, 동네에 하나뿐인 흑백 TV를 함께 볼 친구를 구합니다.”

본인이 한 말을 그대로 옮겼으니 내용을 가지고 뭐라 할 수 없었다. 그런 좋은 것을 순진한 척하면서 친구들과 나누겠다고 하니, 그것 또한 어떻게 말리려면 자기가 한 말을 부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아버지는 눈에는 피곤하지만 동네 사람들과 함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컬러 TV를 주문했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주장을 피는 이에게,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면 방어 논리를 펴다가 논리는 상관하지 않고 오직 말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우기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럴 때는 상대의 주장을 온전히 받아들인 후에, 그보다 더 나아가 버리며 꾀하는 반전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 게 대중들에게 먹힐 수도 있다.

여행 예산이 부족하기 마련인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호텔이 있다. 이런 곳들은 광고를 할 때, 싼 가격만을 외치기 마련이다. 호텔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청결 상태도 엉망으로 담배꽁초가 카펫 바닥에 그대로 버려져 있고, 세면대도 떨어져 나갔는데 수건도 보이지 않는다. 싼 가격 뒤에 감추고 싶은 이런 실상들을 그대로 내비쳐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의 성지처럼 떠오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스브링커 호텔의 캠페인은 광고계에는 식상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출처 travelweekly
출처 travelweekly

이제 전설이 된 한스브링커 호텔의 자학적인 일련의 광고물들이 나오게 되기까지 광고주인 호텔 측과 광고 제작사 간의 회의에서는 어떤 말이 오갔을까? 젊은 여행객들이 주로 보는 잡지 위주로 집행했지만, 어쨌든 가격을 가지고 싸운 경쟁자들이 있었고, 그런 출혈 경쟁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낙후된 면면들을 개선하려는 생각은 호텔 측에서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싸구려 유스호텔 같은 데서 뭘 바라나?’ 따위의 말들을 했을 수 있다. 있는 것들은 그대로 두고 시각을 바꾸면 되지 않을까 하는 관점에서 제작사는 접근하지 않았을까.

젊은 배낭여행자들의 속성을 한스브링커 호텔에서는 단순한 잠자리의 관점을 떠나 여행이라는 더 큰 시각에서 보았다. 편하고 깨끗한 데서 자려고 배낭 하나 둘러메고 여행을 떠난 건 아니지 않은가. 뭔가 얘기치 못한 모험과 갈 데까지 떨어져 보는 시간을 갖기 원한다. 그런 목표 고객들의 속성으로 호텔 측을 설득했을 지도 모른다. 약점을 강점으로 만드는 반전이 생긴다. 그랬을 때 정말 고쳐야 하는 약점들과 강점화할 수 있는 약점이 나누어진다.

출처 reviewpro
출처 Welt
출처 bigactive
출처 bigactive
출처 bigactive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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