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Incredible India’의 두 얼굴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Incredible India’의 두 얼굴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9.2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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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nspireindialand.blogspot.com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서로 자기 할 말이 많은 관광 브랜드 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잘 된 관광 슬로건을 꼽으라면 대체로 좋다고 서너 손가락 안에 꼽는 것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이미 40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인도의 ‘Incredible India’이다. ‘incredible’은 긍정과 부정의 양쪽에서 다 쓰일 수 있다. 보통 긍정의 경우가 많지만, 인도라는 국가와 엮이니 상식에 너무나 벗어난, 무라카미 하루키 식으로 표현하자면 ‘압도적인 비상식(혹은 몰상식)’에 닥치며 ‘Incredible!’을 외치게 만든다.

예전에 인도 뉴델리에 광고주와 그곳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 강연하러 갔다. 당시 다니던 회사의 사장으로 재직하시던 분도 오시고, 인도 주재 한국 대사까지 초청하여 기념식이 제법 크게 벌어질 계획이었고, 강연은 행사의 한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한국 대사의 도착이 계속 지연되고 있었다. 가는 중이라는 연락만 오고, 5분 안에 도착한다는 소식만 30분을 두고 전해왔다. 안절부절 상태의 직원들을 보면서 당시 사장님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씀하셨다. “It's India!” 인도니까 그러려니 생각하고 조급해 하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그렇게라도 말씀을 해주시니 사람들이 좀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사장님의 ”It's India"는 기념식 이후에 음식 주문을 받고 감감무소식인 식당에서,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길거리에서도 몇 차례 되풀이되었다.

다음 날 오후에 사장님께서 가시기로 한 곳이 바로 힌두교의 성지로 유명한 바라나시였다. 원래 독서를 좋아하시고, 연세가 드시며 종교적인 말씀도 하시기를 즐기시니, 바라나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줄 만한 방문지로서는 훌륭한 선택으로 생각되었다. 그런데 아뿔싸 공항에서 아무런 사전 예고나 고지 없이 바라나시로 가는 비행기가 취소되어 버렸다고 한다. VIP 라운지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왁자지껄하며 냄새가 나는 공항 대합실에서 기약 없이 기다리게 된 사장님이 결국 화가 폭발해 버렸다. “이놈의 나라에서 빨리 벗어나자!” 그리고는 바로 일본 도쿄로 가버리셨다. 남은 자들은 사장님의 인내심까지 바닥을 드러내게 할 정도로 역시 인도는 대단하다며 ‘Incredible India“를 외쳤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갠지스강에서 목욕재계를 하고, 시체를 화장하여 떠나보내는 것으로 유명한 바라나시는 또 다른 면의 어두운 명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거의 노예 노동과 다를 바 없는 아동 노동 착취의 수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14세 이하의 어린이 20만 명 이상이 유괴당하거나 브로커들에게 팔려 와서 일주일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 한 달에 1만 원 정도의 돈을 받으면서 융단을 짜고 사리에 자수를 놓고 있다고 한다. 가장 어린아이로는 5세까지도 노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방적기에 쇠사슬로 묶여 있기도 하고, 남자아이들은 누에고치를 가열하는 위험한 일을 하느라고 온몸이 화상투성이고, 여자아이들은 어두운 불빛 아래 몇 시간씩 수를 놓느라 하나같이 시력이 망가져 있다고 한다.

어느 곳이나 고정된 모습이나 명성 뒤에 이면의 얼굴이 있기 마련이다. 삶이 죽음과 너무나 가깝게 느껴지는 힌두교이고, 그것을 상징하는 도시가 바라나시이다. 그 바라나시가 어린이 노예 노동의 수도라는 사실은 엮이는 것 같으면서도 이율배반적이다. 그런데 인도라는 나라 전체가 그렇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제목 자체에서부터 도시 빈민가의 ‘슬럼독’과 ‘밀리어네어’의 함께 묶일 수 없는 단어들이 양립하며 반전을 예고하고 있다. 그렇게 기대한 반전이 기대를 배신하지 않고, 긍정이든 부정이든 ‘Incredible!’을 외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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