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성공한 곳에서 계속 성공 열매 캐기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성공한 곳에서 계속 성공 열매 캐기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8.0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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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2011년 칸 광고제 최고의 화제작은 루마니아 초콜릿 바인 롬(ROM)의 ‘루마니아 지우기’ 캠페인이었다. 냉전 시대 동구 공산주의 국가 가운데에서도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는 최악의 독재자로 꼽혔고, 시민 봉기가 일어나자 피하려다가 비디오 촬영이 진행되는 가운데 총살당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차우셰스쿠의 기억만큼이나 루마니아다운 것들에 대한 루마니아 국민, 특히 젊은이들의 불만이 컸다. 서구 문물이 물밀듯 들어오면서 루마니아적인 것들에 대한 배척 기운이 팽배했다. 루마니아 전통의 것들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촌스러우며, 저급품 취급을 받았다.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루마니아 토종 초콜릿 바인 롬도 예외가 아니었다. 루마니아를 상징하는 이름부터 포장의 루마니아 국기까지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스니커스, 마르스 같은 미국의 초콜릿 바들이 롬을 밀어내고 있었다. 사회 전체 분위기에 휩쓸려 백약이 무효였다. 롬에서는 정말 최후가 될 수도 있는 도박을 한다. 

롬 초콜릿 바에 있는 루마니아 국기를 미국 성조기로 바꾸겠다고 한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당신들이 미국이 그렇게 좋다니까, 그렇게 해줄게’라고 하는 듯한 빈정상한 티가 역력했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아니 어쩌면 완벽하게 기대했을지도 모르는 사태가 일어났다. 미국 것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할 줄 알았던 루마니아 국민이 들고 일어났다. “우리 루마니아 제품에 왜 미국 성조기가 있어야 하죠? 그러면 좋게 보인다고?”, “우리 국가의 상징과도 같은데 어떻게 거기에 미국 성조기를 박을 수 있어!”라는 성난 목소리가 나왔고, 실제 시위까지 일어났다. 시위로 절대권력자를 담벼락에 세워 총살형까지 몰아넣은 루마니아 사람들이니 얼마나 무서운가. 롬에서는 곳 성조기 계획을 철회했다고 발표했고, 롬 초콜릿 바의 매출은 상승세로 돌아섰고, 루마니아 국민들의 자존심도 고양했다. 칸 라이언스 그랑프리는 덤이었다. 

루마니아 대통령까지 칸느광고제 그랑프리를 획득하며 개선하는 롬 초콜릿 바 팀을 영접하며 화려한 시간을 보냈으나, 다음 해 롬의 점유율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다시금 루마니아 국민의 자존심을 건드리기로 했다. 사람들의 특정 대상에 대한 연상이나 인식, 이미지를 쉽게 알아보는 방법의 하나가 구글 검색 칸에 대상 단어를 쓰고 어떤 단어가 자동으로 연결되는 보는 것이다. “Romanians are”, 곧 “루마니아인은”이라고 치면, 바로 ‘stupid, lousy’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나온다고 한다. 롬에서는 자동형성 단어를 긍정적인 것으로 바꾸는 ‘Romanians are smart’ 캠페인을 전개했다. 루마니아 출신의 스포츠 스타, 영화배우, 작가 등 유명인사와 유명 블로거들, 무엇보다 루마니아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끌어내 3주 만에 루마니아 다음에 ‘smart’가 연상 단어로 나오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13년에는 루마니아의 수도를 제대로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했다. 헝가리의 수도인 ‘부다페스트(Budapest)’와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Bucharest)’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가수는 부쿠레슈티에서의 콘서트 무대에서 “안녕, 부다페스트(Hello, Budapest)!”라고 소리치며 인사하기도 했고, 2012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축구 유로파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아틀레틱 빌바오 팀의 서포터 400명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서 결승전을 TV로 봤다. 그래서 ‘Bucharest not Budapest(부다페스트가 아니고 부쿠레슈티)’ 캠페인을 전개했다. 루마니아 안에서 벌어진 캠페인이었지만 유럽 전역의 호응을 얻었고, 롬의 선호도와 매출을 올리는 결과도 얻었다. 헝가리에서도 공항 입구의 옥외광고판을 세웠다다. 부쿠레슈티와 착각해서 부다페스트로 온 사람들 처리에 헝가리도 애를 먹었을 수도 있다.

미디어에서는 ‘낙종 뒤에 특종’이라는 말이 있다. 특종을 하고 떠들썩하게 한바탕 바람이 지나간 후에 잘 훑어 보면, 경쟁자들은 사라지고 다른 특종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계속 새로운 것만 찾아대는 광고에서 한 번 시작한 것의 콘셉트를 넓게 정의하며 파고 들어가면 다른 성공 거리가 나올 수 있다. 그러면서 메시지의 일광성도 생기고, 브랜드의 성격도 명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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