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행동 없이 브랜드는 없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행동 없이 브랜드는 없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9.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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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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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주로 19세기 초중반에 활동한 독일 출신 그림(Grimm) 형제의 짧은 동화 중에 한국에는 주로 "영리한 엘제", 영어로는 "Clever Elsie"라고 번역된 작품이 있다. 실제로는 전혀 똑똑하지 않은 엘제라는 사람을 두고 한 역설적인 이야기이다. 크게 두 꼭지의 이야기가 있는데, 발단과 같은 첫 번째이다.

딸인 엘제를 결혼시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부모에게 어느 날 한스라는 남자가 나타나, 엘제가 소문만큼 영리하다는 걸 증명하면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그와 식사를 함께 하며 엘제에게 지하 창고에 가서 맥주를 가져오라고 했다. 지하창고에서 엘제가 위를 보니 기둥에 곡괭이가 걸려 있었다. 그걸 보고 엘제가 울기 시작했다. 자신이 한스와 결혼해서 아기를 낳고, 그 애에게 지하에서 맥주를 가져오라고 했는데, 곡괭이가 떨어져서 애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섭고 슬퍼서였다. 그렇게 주저앉아 울고 있자, 엘제를 찾으러 하녀와 부모가 줄줄이 지하에 왔다가 곡괭이에 맞아 죽을지 모르는 아이의 운명에 그들도 함께 울게 되었다. 마침내 한스까지 내려와 사연을 듣고는 엘제가 과연 영리하다며 결혼을 하겠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바보들의 행진'이 펼쳐진다. 기둥에 꽂힌 곡괭이를 빼면 될 터인데, 안타까운 일이 벌어질 거라면서 그저 울고만 있다. 엘제의 이야기를 최근에 #끝내주는괴물들 (알베르토 망겔 쓰고 그림, 김지현 옮김, 현대문학 펴냄, 2021)에서 접하면서, '90년대 초에 본 미국의 선거 독려 광고가 떠올랐다.

어느 공공건물의 화장실 세면대의 수도에서 물이 콸콸 나오고 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그 쏟아지는 수돗물을 보면서 한마디씩 한다. "아이고, 저를 어째", "우리가 쓸 물이 없어지겠어.", "수도 요금이 많이 나오겠는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혀를 차고 걱정을 하는데, 화장실에서 나온 한 청년이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는 바로 수도꼭지를 잠그고 간다. 세면대 주위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머쓱해서 하는 가운데, '말들만 하지 말고, 행동하라'라는 내용의 메시지가 자막으로 뜬다. 사회와 나라가 어쩌고 떠들지만 말고, 투표해서 실제 변화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 말만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 엘제의 결말을 장식한다.

한스와 결혼한 엘제가 밭에 일하러 가서 가지고 간 도시락부터 먹고 낮잠을 자고는 일을 하기로 한다. 밭 한가운데서 낮잠을 자는 엘제를 본 한스가 새 잡는 그물에 작은 방울들을 달아서 엘제의 몸에 덮어씌운다. 잠에서 깬 엘제는 방울 소리에 놀라, 그물에 잡혀 있는 존재가 자신인지 아닌지 헷갈린다. 집으로 마구 달려가서 문을 두드리며 "엘제가 집에 있나요?"라고 묻는다. 한스의 "네, 집에 있어요"라는 대답을 들은 엘제는 "엘제는 집에 있는데, 그물에 잡힌 이는 누구지?"라고 하면서, 다른 집으로 달려간다. 요란한 종소리에 모두 문을 닫고 대꾸도 하지 않자, 공포에 질린 엘제는 그대로 멀리 달아나 버렸다. 이후로 엘제를 본 사람은 없었다.

한국에서 전래하는 우스개 이야기 중 하나에 비슷하게 자신의 존재를 헷갈리는 걸 소재로 삼은 게 있다. 어느 얼뜨기 선비 하나가 먼 길을 가다가 주막에 묵게 되었다. 그가 방 한 쪽에 자리를 잡은 후에 중이 한 명 들어왔다. 선비는 중의 깍은 머리를 가지고 놀려대다가 잠이 들었다. 부아가 치민 중은 잠에 곯아 떨어진 선비의 머리를 중처럼 밀어버리고, 선비의 보따리를 가지고 도망을 쳤다. 아침에 일어난 선비는 보따리가 없어진 걸 보고 찾다가 자기 머리를 만지게 되었다. 맨들맨들 민머리인 걸 발견하고는 놀란 선비가 소리친다. "중은 여기 있는데, 나는 어디 있지?"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헛똑똑이로 말만 하면 낭패를 보게 된다.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고,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다른 이들에게 버림을 받는 데 더하여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도 잊게 된다. 말만 하는 광고로는 브랜드를 세울 수 없다. 있는 브랜드마저 사라지는 원치 않는 반전을 스스로 일으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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