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섭 칼럼] 1933년 4월 7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신인섭 칼럼] 1933년 4월 7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 신인섭 대기자
  • 승인 2023.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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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ikimedia Commons
출처 Wikimedia Commons

[ 매드타임스 신인섭 대기자] 대답은 이날은 미국의 National Beer Day이다. 

미국 사람이 맥주와 술을 파는 식당에서 맥주 또는 알코올 음료를 마음 놓고 마실 수 있게 된 날이다.

90년 전 이날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Cullen-Harrison 법에 서명함으로써 1920년 금주법이 제정된 이래 알코올 음료는 만들거나 저장하거나 (통이든 병이든), 운반하거나 팔거나 보유하거니 소비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 바뀐 날이다. (예외도 있었다.) 법적으로 수정헌법 18조, 금주법이 뒤집힌 날이다. 영어로 금주법을 'Prohibition'이라 한다.

한국에서는 미국을 한문으로 美國(미국)이라 쓴다. 일본에서는 米國(미국)이라 한다. 우리는 아름다운 나라라 하며 일본은 쌀의 나라라 한다. 이마 일본의 표현이 더 적절할는지 모른다. 우선 땅이 넓고, 옥토라서 무엇이든 심으면 자라는 풍요한 나라이다.

미국 술을 버번(Bourbon)이라 부른다. 켄터키주에 있는 장소의 이름을 딴 말인데, 이 버번의 원료는 옥수수이다. 옥수수가 남아돌자 술로 만들어 팔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한때 1782년 이래로 육군 사병에게 매일 4온스의 술을 주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종종 술을 마셨고 자기 농장에 증류기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술이란 적절히 마시면 모든 군대에 이점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옛날 미국 선거에서는 술이 없이 당선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할 만큼 술은 필수품이었다.

쌀로 만든 막걸리를 금지하다가 통일벼가 도입되고 쌀이 넉넉해지자 쌀 막걸리가 부활하고 박정희 대통령이 논두렁 멍석에 앉아 역시 막걸리는 쌀로 빚은 것이 제맛이라던 TV 방송은 지금도 생각날 만큼 우리와 미국은 달랐다.

미국과 캐나다의 금주법 당시
미국과 캐나다의 금주법 당시 (출처 위키피디아, slate.com)

그런데 이 미국에서 금주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로서 주로 사회적인 원인, 특히 종교적인 이유가 컸다. 그리고 금주에 대한 연방정부 법 제정이 대두되었다. 술이 미치는 사회적인 폐해는 잘 대변하는 말이 있는데, 남편들은 나갔다 집에 오면 번 돈으로 술이나 마시고 처자식들을 구타한다는 것이다. 몇몇 정치인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20세기 초 1910-20년 기간에 미국의 여러 사회 문제는 미국이란 자유로운 나라, 도시 이주민 대량 유입 및 증가하는 범죄 등의 원인을 음주, 흡연, 성적 문란 등 개인적인 데에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이유야 어떻든 금주운동은 세계로 퍼지고 있었다. 캐나다,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헝가리, 러시아, 핀란드 그리고 미국에서 금주법이 제정되었다. 1919년에는 금주법인 미국 헌법 18차 수정안이 하원에서 68%, 상원에서 76%라는 다수로 통과되었고 48개 주 가운데 46개 주가 비준했다.

압도적 다수로 금주법이 제정되었으나 저항은 쉽게 가라앉을 수 없었다. “폭력 금지법이 있어도 폭력 조직이 생기고 마약 금지법이 있어도 마약 복용자가 생기며 밀수 금지법이 있어도 밀수업자가 생긴다. 사회 구성원 절대다수가 해악이므로 불법이라고 정한 일도 이럴진대 잘 마셔 오던 술을 금주법으로 위법화했다고 그 법이 지켜질 수가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아마도 더 중요한 문제는 종교에 있었을 것이다.

최후의 만찬 저녁 예수가 한 말을 성경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주 예수께서 잡히시던 밤에 떡을 가지사 축사하시고 떼어 이르시되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내 몸이니...

식후에 또한 그와 같이 잔을 가지시고 이르시되 이 잔은 내 피로 세운 새 언약이니...“

예수가 맨 처음으로 이룬 기적은 잔칫집에서 물을 포도주로 만든 기적이었다. 서양 사람들이 술을 어떻게 보았는가를 보여 주는 그림 둘이 있다. 하나는 1846년, 또 하나는 1873년의 그림이다. 말 타고 가는 여성이 도끼를 휘두르는 그림을 시계 방향으로 자세히 보면 금주 동맹, 와인과 리커, 럼, 브랜디, 진, 위스키 등 각종 술통에서 쏟아 버리는 술이 있고, 그녀가 든 도끼 옆에는 “하나님과 인간의 이름으로”라 쓴 깃발이 있다. 지팡이를 들고 담배를 피워문 남자 그림 위에는 매일 일요일이고 시내는 금주이군이라는 헤드라인이 있다. 그 옆의 강아지는 럼 사냥꾼이라는 팻말이 있다. 금주법이 생긴 뒤 미국에서는 경찰이 양조 기계를 제거하는 듯한 사진이 있고 캐나다에서는 술통이 뒹굴고 있는 사진이 있다. 1920년대에 접어들자 한국에서도 금주운동이 일어났다. 물론 서양 개신교가 선봉이었다.

교회에서 부른 금주가는 4절인데 첫 절의 가사 일부는 다음과 같다.

금수강산 내 동포여 술을 입에 대지 마라.

건강 지력 손상하니 천치 될까 늘 두렵다.

후렴이 있다.

아 마시지 마라 그 술. 아 보지도 말라 그 술

우리나라 복 받기는 금주함에 있나니라.

미국 금주법은 1933년 4월 7일 끝났다. 제정된 지 13년 만이었다. 수많은 이야기 영화, 책들이 나왔다. 사진 한 장과 그림 한 장이 있다. 춤추는 남녀의 그림은 슈트라우스의 Wine, Woman, Dance를 연상케 한다. 

출처 newenglandhistoricalsociety.com, 위키피디아
출처 newenglandhistoricalsociety.com, 위키피디아

90년 전 1933녀 4월 7일 National Beer Day는 애주가 승리의 날이다. 다만, 절제가 사라진 술은 독주가 되며 절제가 사라진 권력은 독재가 된다는 말도 연상되는 날이다.

한국의 금주 (출처: 기독신문 2009.3.9. 일러스트 강인춘)
한국의 금주 (출처: 기독신문 2009.3.9. 일러스트 강인춘)

 


신인섭 (전)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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