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기 전에 보면 좋을 내용

"트렌드 코리아 2024"를 읽기 전에 보면 좋을 내용

  • 박경하
  • 승인 2023.09.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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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사전판매 기간에 쓰는 칼럼
"트렌드 코리아"의 전성기는 2017~2018
트렌드라고 부를 수 있는 키워드를 공표하는 느낌

자주 이용하는 서점에서 <트렌드 코리아 2024>를 “사전 판매”한다는 광고 문자가 왔다. 벌써??? 지금이 9월인 것도 알고, 매년 10월에 출간되는 책이라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출간 소식을 듣고 나니 마치 연말이 된 것 같다.

국내에 미치는 <트렌드 코리아>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책이 발표되면 언론과 기업, 학계가 10개의 키워드를 앞다퉈 소비하고 그중 몇 개는 꽤 오랜 시간 살아남는다. 유사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나 마케팅 업계에서 한 번쯤 딴지를 걸 법도 한데, 매번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그거 아시죠?”라고 되묻는 걸 보면 역시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국내 출판 업계에서 잡지 빼고 이만큼 성공한 브랜드가 있던가

첫 발간이 2008년이라고 하니 햇수로 16년 정도가 되었다. 내가 이런저런 방법으로 책을 챙겨보기 시작한 지는 얼추 10년 정도가 되었다. 사실 내년 트렌드가 어떨지에 대한 궁금함은 없다. 애초에 트렌드라는 것이 1~2년 만에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 책이 내년의 트렌드를 진단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년에도 이 책에서 제시된 10개의 트렌드 키워드 중 몇 개를 1년 내내 읊고 다닐 것이다. “그거 아시죠?”라고 물으면, “그럼요!”라고 할 만한 게 필요하다.

<트렌드 코리아>에 대한 최근 10년 동안의 언론 보도량 추이를 보면, 언론에서 가장 많이 다뤘던 시점이 2018년과 2019년이다. 이를 기점으로 SNS상에서도 대중적인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 제시된 키워드들이 욜로, 소확행, 워라밸, 언택트, 각자도생 같은 것들이다.

이중 ‘언택트(Untact)’는 2018버전에서 처음 제시되었으나 공교롭게 2020년 코로나19 시기로 급부상했다. 콩글리시니까 ‘비대면’이라는 우리식 표현을 사용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들이 오히려 재미있는 표현이라고 흥미를 보였다는 후일담을 들은 기억이 있다.

내게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키워드는 2021 버전에 소개되었던 ‘레이어드 홈(Layered Home)’이었다. 당시 인테리어 시장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집에 무언가를 ‘덧대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고서를 쓰고 있었는데 “Layered”라는 표현을 발견하고 탄식했다. 이 얼마나 직관적이고 함축적인가.

<트렌드 코리아>는 트렌드를 알려준다기 보다 “트렌드로 부를 수 있는 키워드를 공표”하는 느낌이다.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원래 데이터 분석의 역할 중 하나가 사람들이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것들을 명징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나만 혼자 사는 것 같을 때 남들도 그렇다며 ‘각자도생’이라는 말로 정의해 주면 동의가 되고 안심도 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옮기게 되고 그렇게 유행어가 된다.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우리에게 익숙한 쓰임새와 달리 트렌드라는 용어는, 본래 단기가 아닌 장기적인 움직임을 뜻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때문에 붐업된 당근마켓의 인기나 중고시장의 활성화는, 엄밀히 얘기하면, 유행(Fad)이지 트렌드는 아니다. 트렌드는 소비 기저에 깔린 인식, 그리고 10년 이상의 장기간 이어지는 욕구에 가깝다. 패스트푸드(Fast Food) 시대를 지나 오랜 기간 소비의 근간이 되는 ‘웰빙’처럼 말이다.

그래서 애초에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는 이거다!하고 천명하는 것이나, 새롭지 않다는 공격은 모두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다. 이 책을 볼 때는 한 권이 올해로 끝난다는 생각 대신 최근 2~3권의 분량이 모두 현 시대를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더 합리적일 수 있다.

책 구성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 분량은 400 페이지 이상 되는데 그 중 작년 리뷰가 100페이지 정도에 달한다. 4분의 1은 ‘돌아보는’ 내용인 셈이다. 자신이 주장한 내용을 성찰하는 건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지만, 연간 구독 형태로 읽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빠른 배속 구간이다. 나머지 4분의 3은 새로운 트렌드로 채워져 있지만, 반복적인 느낌이 든다. 10개의 키워드가 서문에서 한 번, 요약 페이지에서 한 번, 그리고 개별 상세 내용으로 담겨 있는데, 요약 내용만으로도 설명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상세 내용으로 넘어가면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16년이나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책이다. 쉽게 읽혀서 금방 완독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트렌드 자체보다 트렌드를 풀어내는 문장을 유심히 보고 마음에 드는 문장에는 밑줄을 쳐 놓거나 스티커를 붙여둔다. 나중에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문장이 안 풀리면 한 번씩 들여다보며 아이디어도 얻고 글쓰기의 도움도 받는다.

데이터 분석이나 마케팅, 브랜딩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중고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거 버전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언제나 강조하지만 비판적인 관점은 유지해야 한다. 지금은 몇 가지 키워드로 흐름을 정의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맹목적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오랜 시간 공들여 펼쳐낸 그들의 지적재산들을 마음껏 흡수해 보시길.

2024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사전판매 기간이라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내년이 ‘청룡의 해’라고 하니 영문인 Blue Dragon을 모티브로 삼았다면, 이중에 하나는 확실히 예상할 수 있다. Dragon의 “A”는 Artificial Intelligence, 즉 인공지능일 것이다. Blue의 “E”쯤에서는 Economic, 경제 관련 얘기가 다뤄질지도 모른다. 그 외 영문으로 풀어볼 재간은 없으나, 공유가치, 투자, 식비유랑, 초개인화, 전문가의 말을 듣지 않는 시대 등의 내용이 나와도 좋을 것 같다. 이후 기회가 되면 데이터 분석가로서 2024버전을 리뷰 해 보도록 하겠다.

 


박경하 엠포스 데이터전략실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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