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슬로건만으로 반전이 가능할까?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슬로건만으로 반전이 가능할까?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2.03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egin your own tradition’

이런 걸 슬로건 대안이라고 내놓으면 아마도 '영어가 말이 되냐?'는 반응을 맞이하기 쉬울 게다. '전통은 이미 있는 거지, 그걸 만들어가는 게 맞는가', '시간이 너무 걸릴 텐데, 우리 사정을 알고 하는 소리인가', ‘어느 세월에 전통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겠는가’ 등등의 싸늘하거나 빈정거리는 말투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당신만의 전통을 시작하라는 말이 될 듯 말 듯한 위의 문장은 시계로 유명한 파텍(Patek)의 슬로건이다. 아무리 파텍이라고 해도 너무 심하게 지른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광고주 설득에 성공했기에 집행이 되어 공개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한 친구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능력 있어 보이는 아빠와 그의 부티나게 생긴 아들이 나오면서, 대를 물려서 찰 수 있다는 "You never actually own a Patek Philippe. You merely take care of it for the next generation(당신만이 파텍 필립을 홀로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하여 지키실 뿐이죠)."이란 카피까지 함께 보면, 슬로건이 이해가 될 법도 해보입니다.’

슬로건 제정은 브랜드전략을 기반으로 방향과 콘셉트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콘셉트에 따라 보통 수백 개에 달하는 후보들을 브레인스토밍 식으로 마구 끄집어낸다. 후보들 중 20~30개를 추려서 광고주 실무자들과 토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열 개 정도로 후보를 줄이고, 기존 후보안들을 조금씩 손을 보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열 개를 최종 선정 회의에 올린다. 어떤 때는 광고주 책임자에게 열 개를 올려서 3~5로 더욱 소수정예화하여 최종 의사결정자에게 결정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황금률처럼 정해진 과정이 있는 건 아니고, 회사에 따라, 상황에 따라 바뀐다. 자연스런 일이다.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위한 자리에서 기업의 브랜드 전략과 그에 따른 슬로건의 방향과 콘셉트, 그리고 향후에 어떤 식으로 쓰일 건지, 광고 시안 형태로 선을 보이기도 한다. 파텍과 같은 경우라면 아버지와 아들이 나오는 ‘대를 이어 찰 수 있다’는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결정을 내릴 사람들이 그런 배경 설명과 시안들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문구, 글자들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몇 개의 단어나 짧은 한두 문장 내에서 그것만 가지고는 반전하며 집약하는 식의 슬로건이 본래 거두어야 하는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원래의 브랜드 이미지가 반영되어 엉뚱한 의미로 전달되기 쉽다. 보는 이들이 한정된 단어와 상표를 가지고 맘대로 해석해서 갖고 노는 것이다. 거기서 차라리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반전의 효과가 나타난다. 그런 예들 몇 가지가 있다.

Instagram : Make bad photos with filters (이상한 사진들을 필터로 보정하라)

Best Buy : Try it out before buying it on Amazon (아마존에서 사기 전에 시험하라)

Nike : Just Buy It (당장 사기나 하라고)

Pepsi : Is Pepsi Ok? (펩시도 괜찮아요?)

Target : Walmart for the middle class (중산층을 위한 월마트)

Urban Outfitters : Pay money to look homeless (노숙자처럼 보이게 돈을 써라)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