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반전 속 행복과 분노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반전 속 행복과 분노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0.04.27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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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용 그네에 타고 있는 아기가 웃었다가 바로 울기를 반복한다. 보니까 그네가 앞으로 오면 웃고, 뒤로 가면 운다. 아기가 보는 창문을 보니 그네가 앞으로 오면 맥도날드의 로고가 보이고, 뒤로 가면 사라진다. 많은 광고전문가들에게 ’행복‘과 ’기쁨‘을 상징하는 맥도날드라는 브랜드가 가장 잘 나타난 광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맥도날드의 행복은 개인이 아니라 철저하게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위의 광고에서 아기의 웃음은 개인으로서의 아기가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서 기쁨과 행복을 상징한다. 피에로인 ‘로날드(Ronald)'가 맥도날드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된 것은 그런 ’관계‘의 차원에서 보면 모순된 의미를 지닌다. 피에로는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을 부정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번전울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많은 어린이들에게 피에로는 이중적인 감정 반응을 자아낸다. 어린이에게도 놀림을 받는 약하고 우수꽝스런 존재로 웃음을 준다. 한편으로는 어린이 자신이 속한 사회, 곧 가정과 마을에서 자신을 빼내서 잡아갈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곧 가족과의 이별이란 슬픔까지 한 몸 속에 담고 있다. 언제 가족과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를 상정하는 슬픔이 환한 웃음 속에 언제라도 반전을 일으킬 것처럼 자리 잡고 있다.

10년 전에 런던에 출장을 갔다가 어느 역 주변의 버거킹에 걸린 '화난 와퍼(Angry Whopper)' 포스터를 보고 함께 간 미국 친구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감옥에 갇힌 모습의 와퍼는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고, 빠져나올 기세이다. 온갖 매운 것들이 들어가 있는데, “당신은 이놈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Can you handle one?)"라는 카피가 자리 잡고 있다. ‘handle'이란 단어가 중복적인 의미로 쓰였다. 잔뜩 화가 난 와퍼를 ’제어‘하고 ’안정‘시키는 것도 되고, 어쨌든 아무리 화가 났어도, 곧 매워도 음식물이니까 먹어 치워버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정말 재미있는데,“ 미국 친구가 약간 비밀스런 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맥도날드는 계속 ‘행복(Happiness)'를 외치고 있는데, 버거킹은 저렇게 잔뜩 화가 나 있네.“ 

버거킹은 ‘화난 와퍼’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객들이 스스로의 화를 발산하도록 유도한다. ‘분노의 전문(Angry gram)'이란 쪽지를 배포하여 분노의 대상과 행동을 적어 넣도록 하였다. 내용을 보면, ’더이상 못 참겠어. 네 XX한 행동 때문에 열불이 난다. 너의 OO에 이제 지쳤어. ㅁㅁ을 한번 해라, 이 등신아‘ 식으로 노골적으로 상대방을 욕하면서 평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적도록 하였다. 꼭 그 쪽지에 적어 넣은 대상에게 전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화를 진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푸는 효과는 있었을 것 같다.

이 ‘분노의 전문’을 통하여 버거킹의 분노는 개인 고객의 그것으로 전이된다. 여기서 버거킹을 칭찬할만한 요소들이 있다. 버거킹은 한국에서는 ‘내 방식대로 즐긴다’로 번역한 ‘Have It Your Way'란 슬로건으로부터 고객 하나하나의 개성에 호소하는 커뮤니케이션이나 마케팅 프로그램을 실시해 왔다. 인기 카툰인 ’The Simpsons'의 캐릭터로 개인을 변화시키기도 했고, 브라질의 어느 매장에서는 포장지에 고객의 사진을 심어주어 화제가 되었다.

‘와퍼를 메뉴에서 없애버렸다’는 종업원의 말에 당황하고 화를 내는 고객들의 모습으로 광고를 만든 ‘Whopper Freakout' 캠페인이 있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없어진 반전에 더하여, 고객 개개인을 주인공으로 하면서, 그들의 ’분노‘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주목하고 싶다. 같은 상황을 맥도날드에 적용하여 ’Big Mac Freakout' 캠페인을 했다면, 아마도 빅맥이 없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더 부각시켰을 것 같다. 반전의 전개와 결과도 브랜드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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