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1달러로 만든 MTV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1달러로 만든 MTV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04.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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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 대중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라고 해도 예전에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업적 광고에 출연하는 걸 금기시하는 이들이 꽤 많았다. 특히 1960년대에 반항, 자유, 젊음 등의 키워드들과 함께 등장하여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했다. 이 칼럼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밥 딜런(Bob Dylan)이 직접 출연하지는 않았더라도 그의 노래가 버드와이저 맥주 광고에 쓰였다는 자체가 반전이라고 할 만한 사건이었다.

멤버들 사이의 불화로 1970년대의 개막과 함께 팀을 해체했던 전설의 비틀즈도 자신들의 노래를 광고에 써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의견들이 일치했다. 리더였고, 대부분의 노래에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공동창작자로 이름이 올라 있는 존 레논(John Lennon)은 더욱 엄격하게 상업적 광고와는 거리를 두었다. 1980년 12월에 그가 총탄에 맞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후에도 그의 원칙은 지켜졌다. 2001년 말에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에 그와 부인인 오노 요코(Ono Yoko)의 뒷모습 누드 사진이 나오기까지는 그랬다. 그 광고를 보고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캐서린 페인(Catherine Paine)은 “존 레논이 무덤에서 돌아 누울 일(John Lennon is probably rolling around in his grave)”라고까지 했다. 사실 앱솔루트 보드카 광고 시리즈는 그 자체가 현대 팝아트의 일종으로 여겨지니 무분별한 상업화라고 매도하면 좀 억울한 부분도 있기는 하다. 물론 그래도 캐서린 페인은 존 레논이 나온 앱솔루트 광고를 보고 보드카를 샀다고 한다.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도 충분히 있었던 것이다.

비틀즈와 쌍벽을 이뤘고, 사고는 더욱 많이 쳤지만 굳건하게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롤링스톤즈의 리더인 믹 재거(Mick Jagger)도 광고에 대한 태도가 존 레논과 비슷했다. 심지어는 음악방송인 MTV를 초창기인 1982년에 알리기 위한 광고에 출연토록 섭외를 했는데, “우리는 광고를 찍지 않는다”라며 단호하게 단박에 거절했다. 음악계를 위한 일이라는 명분도, 그 전해인 1981년에 문을 열면서 즉각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열풍을 몰고 온 MTV의 성가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믹 재거와 협상을 하러 당시 MTV의 프로그램 총괄을 맡고 있던 레스 가랜드(Les Garland)라는 인물이 갔는데, 불같은 성격으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광고를 찍지 않는다는 믹 재거의 말에 그는 1981년에 롤링스톤즈가 그 유명하고 왁자지껄하며 전 미국을 들썩이게 했던 투어에 조반(Jovan)이란 향수 회사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롤링스톤즈의 심볼과 멤버의 사진을 광고에 쓰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믹 재거가 “조반이 돈을 많이 줬다”라고 말을 하자 가랜드가 생각하지도 못한 행동을 했다.

“돈만 주면 광고를 한다는 말이군. 이거나 받아.”라고 하면서 1달러 지폐를 책상 위에 던졌다. 천하의 믹 재거가 1달러 지폐를 기가 막히다는 듯 바라보다가, 씩 웃으며 말했다. “오, 당신이 마음에 드네요. 광고에 출연할게요.” 그래서 바로 1981년 3월에 믹 재거 외에도 당시 최고의 파워풀한 여성 록 가수였던 팻 베네타(Pat Benatar) 등이 출연하여 “I want my MTV”를 외쳤던 광고가 나왔다. 최고의 가수에게 1달러 지폐를 던지며 만들어낸 반전이었다. 이후 MTV 광고는 마돈나(Madonna),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 등 당대 최고의 팝스타들이 출연하는 무대가 되었다. MTV는 새로운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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