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광고특선] 자폐증 시뮬레이터 Auti-Sim

[해외광고특선] 자폐증 시뮬레이터 Auti-Sim

  • 김종헌
  • 승인 2021.09.19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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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광고특선 - 게임#7

[ 매드타임스 김종헌 ] 오늘 소개할 크리에이티브는 순도 100% 게임이다. 지금까지 칼럼을 연재하면서 소개한 크리에이티브들은 게임을 활용하여 정보전달이나 홍보를 하였다. 기존의 게임 속에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거나, 기존 게임과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게임 그 자체를 만들었다. 게임의 내용은 칼럼의 제목과 같다. 자폐증, 그 자체를 시뮬레이팅 하는 게임이다. 

자폐증[Autism]. 감각지각 및 감각통합능력에 장애가 있는 자폐성 장애를 의미한다. 사전적 정의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잘 체감이 가지 않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는 몰라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강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한번 쯤 직접 보거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본 적은 있을테니깐 말이다.

우리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100% 이해한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중학교 시절, 장애학생 도우미 동아리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여러가지 활동을 하기도 하였고, 가까이 있었던 시간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간혹가다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많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만 하였지 왜 소리를 지르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냥 자폐증은 고통스러운 것이다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 그런 면에서 보았을 때 필자는 자폐증에 대해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생이 되고나서 자폐증 시뮬레이터 [Auti-Sim]을 접하게 되었다. 'Auti-Sim'은 정말이지 충격적이었다. 아니, 기괴하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유쾌하지 않은 자폐증 시뮬레이션 'Auti-Sim'
유쾌하지 않은 자폐증 시뮬레이션 'Auti-Sim'

'Auti-Sim'은 특별한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놀이터 한 가운데의,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의 입장이 된다. 아이들이 웃고 떠드는 즐거운 놀이터가 기괴하게 보일 것이다. 아이들이 놀면서 웃는 소리가 뒤죽박죽 섞여서 들리고, 귀를 날카롭게 찌른다. 게임의 기괴함에 흥미를 느끼고 다른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순간, 미친듯이 기괴한 소리가 귀를 찌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엄청난 불쾌감을 느끼고 당황하고 놀랄 것이다. 아마 이 불쾌감에서 벗어나고자 당장 게임을 끄거나, 놀이터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대체 이 게임의 목적은 무엇일까? 이 게임은 단순히 기괴하고 무서운 게임이 아니다. 의사들과 프로그래머들이 협력해서 만든 리얼한 시뮬레이터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시선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게임 속에 그대로 담은 것이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감각이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빛과 소음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하는데, 게임 속 기괴한 체험들은 이러한 자폐증의 특징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이러한 불쾌감을 주는 체험이,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현실 그 자체라는 뜻이니깐 말이다. 게임을 플레이한다면 정말 극도의 불쾌감과 공포를 느낄 수 있다. 5분 넘게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쾌감과 공포가 누군가에게는 24시간, 365일이라니... 믿기 힘든 진실이다.

배려가 있는 사회는 아름다운 사회라고 한다.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면서 앞으로 나아갔기에 인류의 문명은 진보하였다. 그런 배려의 초석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공감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공감하고 싶어도, 모든 것을 공감할 수는 없다.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아니, 애초에 자폐증이란 대체 무엇일까? 백과사전을 뒤져보고, 동영상을 살펴본다고 해서 우리가 자폐증이라는 것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필자는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시뮬레이터는 자폐증을 공감하게 만들어주었다. 단순히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가지게 만드는 시뮬레이터가 아니라, 자폐증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체험로 다가온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브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고, 서로에 대한 생각의 여지를 만들어주는 혁신이 아닐까? 우리 사회에, 인류의 문명에 진정 필요한 것은 사람들의 진심이 통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아닐까? 그 무언가가,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일 수도 있다. 'Auti-sim'처럼 말이다.

이 게임은 https://gamejolt.com/games/auti-sim/12761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2013년에 출시된 게임이어서 크롬과 Edge에서는 현재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플레이를 원한다면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같은 구형 웹브라우저에서 할 수 있다. 과정이 번거롭다면 유튜브에서라도 꼭 접해보길 바란다.

Auti-Sim은 필자에게 개인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는 크리에이티브였다. 진정한 공감이 무엇인지 되새겨보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키는 기술이 필요한 마케터나 광고기획자인 당신에게도, 이 칼럼이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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