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KT 야구단의 마법스러운 반전들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KT 야구단의 마법스러운 반전들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11.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위즈
ⓒKT위즈 홈페이지

[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2013년 5월 서울 서초동 교대역 사거리의 KT 빌딩 대회의실에서 당시 KT 회장을 포함한 최고 경영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해 초부터 그때 다니던 회사의 내가 맡고 있던 전략 플래닝 부문과 BTL 쪽의 주축 중의 하나였던 스포츠팀이 함께 신생 KT 프로야구단 운영과 마케팅 방안 컨설팅을 진행했다. KT 회장을 비롯한 최고 경영층에 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 자리였다. 그 일과 관련 없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고, 그 일을 마지막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전 회사에 다닐 때부터 시작하여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KT의 임원 친구와 관계가 서먹하게 될 정도로 진행 과정은 삐걱거리고 힘들었다.

​발표 전날 밤에 당시 어느 프로 농구팀 000 감독의 충격적인 승부 도박 사건이 기사로 떴다. 그걸 화제로 발표 직전에 KT 회장과 경영진이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xxx 감독은 괜찮은 거지?"라고 KT 회장이 스포츠단 단장에게 물었다. "전화 통화를 하며 물어봤는데, 자기는 전혀 관계없답니다"라고 대답했고, 회장이 안심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렇게 전화로 물어보는데 "사실은 나도 관여했소"라고 대답을 하겠는가. 속으로 혼자 피식 웃고, 발표를 시작했다.

​리모컨을 쓰지 않고 소위 '셀돌이'라고 하는 친구가 키보드를 눌러 장표를 넘겨주는 역할을 했는데, 그가 중간 부분부터 등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고백할 정도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발표를 이끌었다. 나 스스로 평가해도 광고회사에 다니면서 한 발표 중 최고였다고 자신 있게 뽑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발표 후 질의응답은 또 다른 고비이다. 방송사에서 기자와 앵커를 하다가 정치권을 거쳐 그 회사 전무로 온, 대중 인지도도 높은 인사가 질문 겸 평가의 포문을 열었다.

​"현대차나 삼성 같은 대기업이야, 돈이 많아서 맘대로 프로모션 같은 것 하지만, 우리 KT는 돈도 힘도 없어서 제시한 것들 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요."

​그 전무를 똑바로 바라보고 눈을 맞추며 그러나 미소를 지으며, 약간 과장되게 농담 섞인 어조로 답했다.

"아니, 전무님. KT가 힘이 없다니요. 광고계에서 ‘대한민국 3대 갑(甲)이라고 하면 KT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이 대답에 경영진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3대 갑이 어디냐는 질문이 웃음과 함께 나왔다.

"KT, 삼성, 현대차입니다. 그런데 삼성과 현대차에서도 자기네 갑은 KT라고 합니다."

다시 웃음이 터졌고, 그렇게 우호적인 대화가 오가며 발표는 아주 만족스럽게 끝났다. 통신, 전자, 자동차라는 광고를 많이 하는 대표적인 업종에서 선두 기업들을 뽑은 것이었다. 사실 내가 들은 3대 갑의 통신 부문은 KT가 아니라 SKT였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바꿔치기했다. 공식적으로 선정한 것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 다른 것이니 거짓이라고 할 수는 없으리라.

​그 자리에 참석하고 거명된 사람들의 인생 반전들이 뒤를 이었다. 당시 KT 농구단 감독을 맡고 있던 전창진 감독은 그다음 해 2014~2015 시즌을 마치고, AAA 팀의 감독으로 갔다가 승부 조작 혐의로 사퇴했다. 결국, 2018년에 승부조작 관련해서 무죄 선고를 받고, KCC 감독을 맡아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었던 당시 KT 회장은 배임 혐의로 2014년에 불구속기소 되었다. 재판을 거쳐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2019년에 회장 시절의 채용 비리와 관련하여 구속이 되었다. 가장 먼저 질문을 던졌던 KT의 전무는 2020년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며 정치권의 전면에 다시 등장했다.

가장 화려한 반전을 이루어낸 건 컨설팅의 대상이었던 KT위즈 야구팀이다. 11월 18일의 2021년 코리안시리즈 4차전까지 승리하며 막내 구단으로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는 쾌거를 이룩했다. 그것도 1982년 코리안시리즈 최초 우승의 주인공이며, 최근 6년 연속 코리안시리즈에 올랐던 두산을 꺾었다.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되리라’라는 성경 말씀을 실현했다.

ⓒ뉴시스
ⓒ뉴시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