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마사지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와 마사지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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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만든 <The medium is the massage>란 책이 있다. 언젠가 마사지를 받으러 갔는데, 갑자기 이 책 생각이 났다. 엎드려 마사지를 받는 내내 킥킥대서 안마사가 당황하며 ‘대체 무엇을 자기가 잘못하고 있는 거냐’라고 물어보기까지 했다. 대답하자니 너무 길어질 것 같고 해서 그냥 미안하다고 얼버무리며 이후 웃음을 참으려 애를 썼다.

'The Medium is the Message(미디어가 메시지이다)'란 말이 있다. 마샬 맥루한에 대해서 오로지 아는 것이라고는 이 한 문장이라고 한 대학에서 이전의 신문방송학과를 나온 친구들이 둘 있었다. 그 정도로 유명한 말인데, 인쇄소 직원이 'Message'를 잘못 읽어 'Massage'로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맥루한은 오타라고 할 수 있는 그 문장을 보면서 더 좋아하며, 마사지로 해도 된다고 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Message'와 'Massage' 두 단어를 해체했다. 'Mess+Age', 'Mass+age'로 나누어보고는 이 둘 모두 맞는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미디어의 범람에 따른 현대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반영한 것 같다. 특히 정보 과잉에 가짜 뉴스가 진짜를 압도하는 현재에는 더욱더 그러하다. '쓰레기(Mess)'가 넘쳐나는 '시대(Age)'이기도 하고, '대중(Mass)'의 시대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Massage'라는 단어를 들먹이니 잭 웰치의 뒤를 이어 GE의 회장을 지낸 제프리 이멜트(Jeffrey Immelt)가 2007년에 한 말이 생각난다.

​"If we want to be the massage capital of the world, we're well on the way." (미국이 '세계 마사지의 수도가 되길 원한다면, 제대로 그 길을 밟고 있다.)'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다. 제프리 이멜트가 이 말을 하기에 앞서 한 말이다.

"More people will graduate in the United States in 2006 with sports-exercise degrees than the electrical-engineering degrees." (2006년 미국에서는 전기공학보다 스포츠 트레이닝 학위자를 더 많이 배출했다.)

운동하며 생기는 근육 풀어주는 기능을 보유한 이들이 미국에 많기는 하다. 비실거리는 전기공학자보다는 몸 건강한 마사지사가 더 낫다. 건강을 지키는 데 전기공학을 이용하기도 한다. 전기공학을 잘하려면 몸이 건강해야 한다. 이멜트는 그리 열을 내다가 GE를 망가뜨렸다는 소리만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잭 웰치가 사람만 자른 게 아니라 GE를 받치고 있던 기붕뿌리를 다 갉아 먹어버렸는데 말이다.

애니홀에 출연한 우디 앨런(가운데)과 맥루한(오른쪽), 이미지 클릭시 영상으로 연결됨

맥루한이 그의 이론과 책을 떠나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게 된 장면이 하나 있다. 우디 앨런(Woody Allen)의 1976년 작 영화인 <애니홀(Annie Hall)>에 카메오처럼 출연한 것이다. 영화관에 줄을 서 있는 우디 앨런의 바로 뒤에 있는 남성 하나가 맥루한의 이론에 대해 쉬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짜증이 난 우디 앨런이 그 남자는 맥루한 이론을 모른다고 카메라를 보면서 독백을 하자, 발끈 한 남자가 자신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TV, 미디어, 문화’ 과목을 가르칠 정도로 맥루한을 잘 알고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자 우디 앨런이 마침 맥루한이 여기 있다면서 영화관 로비 한쪽에 있던 맥루한을 카메라 앞으로 데려온다. 놀라는 미디어 어쩌고 하던 남자에게 맥루한이 직구를 던진다.

“I heard, I heard what you were saying. You know nothing of my work. How you ever got to teach a course on anything is totally amazing.” (당신 말하는 걸 쭉 들었소. 내 이론에 대해 아는 게 없더군요. 당신이 어떻게 그런 과목 강의를 하는지 정말 놀라울 따름이오.)

맥루한이 나타난 것도 영화사에 길이 남는 반전이었다. 잘난 체하던 남자를 그 자리에서 박살 낸 이 장면 마지막에서 던지는 우디 앨런의 한 마디는 우리 마음을 그대로 대변한다.

“Boy, if life were only like this.” (아, 사는 게 이렇게만 돌아가면 얼마나 좋아.)

그렇게 바로바로 마사지로 근육을 풀 듯, 메시지도 풀려나가 전달이 되는 세상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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