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마스크로 갈라진 사이?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마스크로 갈라진 사이?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01.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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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어제는 신발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마스크를 만듭니다 (Made shoes yesterday. Making masks today).”

운동화로 유명한 뉴발란스(New Balance)에서 2020년 3월에 이런 트윗을 날렸다. 미국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뉴발란스 본사가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보스턴 지역의 병원에서는 의료용 마스크까지 동이 나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역 의료계에서 뉴발란스에 마스크를 생산할 수 있겠느냐 질문과 함께 요청했고, 거기에 뉴발란스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트위터로 그 사실을 공표했다. 의료 종사자용 마스크 100만 개를 공급한 뉴발란스는 일반 대중용의 NB 페이스 마스크 라인을 만들었고, 자신의 특성에 맞춰 운동선수용 마스크도 개발하여 시판했다. 매출을 떠나서 기업이 자신의 역량을 사회를 위하여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 한 사례이다.

문제는 마스크 착용에 반발하는 미국인들이 꽤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대되던 2020년 초부터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담당 행정부처의 권고도 ‘단지 추천일 뿐으로 자신은 착용하지 않겠다’라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보하고 다니던 이가 있었으니, 당시 미국 행정부의 수장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그는 트위터나 미디어를 통해서도 굳이 쓸 필요가 없다며 착용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태도를 보였고, 마스크를 쓴다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현재의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을 놀리기도 했다. 그가 뉴발란스에서 마스크를 만들고, 그걸 트위터에 자랑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알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했다. 트럼프와 뉴발란스가 한 묶음으로 사람들에게 취급받던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뉴스위크

트럼프 당선 직후 트위터에는 뉴발란스 신발을 불태우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다른 한편에서는 뉴발란스가 ‘백인들의 공식 운동화’라며 자랑스레 착용한 모습을 선보이는 사진들이 대항하듯이 나타났다. 백인 우월주의자임을 자처하고 자랑스레 내비치는 인물은 “나는 원래 나이키 가이(Nike guy)였다. 하지만 뉴발란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트럼프 혁명의 공식 브랜드로 정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제부터 (뉴발란스는) 우리 유니폼”이라고 트윗을 날렸다. 뉴발란스의 용기 있는 행동이란 무엇일까.

뉴발란스에서 대외담당 부회장을 맡은 인사가 2016년 11월 9일 트럼프 당선 직후에 월스트리트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관련 질문에 “그동안 오바마 정부는 우리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트럼프가 당선되니 모든 게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 것이다. 해외에 생산 시설이 많은 나이키에 비하여 뉴발란스는 미국 북동부의 본사가 위치한 보스턴을 포함한 뉴잉글랜드 지역에 5개 공장을 두고 있다. TPP로 입게 될 타격이 클 수밖에 없으니, TPP를 반대해온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서 다행이란 취지로 말한 셈이다.

이렇게 대놓고 트럼프 편을 들었으니 반발이 없으면 이상하다. 뉴발란스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일었고, 쓰레기통에 뉴발란스 신발을 버리거나, 불태우는 영상이나 사진들이 거세게 트위터에 올라왔다. 일개인이지만 극우보수 인사가 뉴발란스를 ‘백인 공식 운동화’로 선포한 직후 “뉴발란스는 인종ㆍ성별ㆍ문화 등에 대한 어떤 형태의 편견과 혐오도 갖고 있지 않다”라고 해명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뉴발란스의 창립자가 트럼프에게 40만 달러 이상의 정치헌금을 한 사실이 밝혀지며 더욱 거센 반발만 트럼프를 반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일으켰을 뿐이다.

친트럼프 기업의 대표로 지목되며 곤란한 상황에 처했던 뉴발란스가 마스크를 두고 트럼프와 반대의 행보를 취한 건 별로 화제가 되지 못했다. 하긴 트럼프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남편과 달리 코로나19 초기부터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부부간에도 그러할진대 정치인과 후원자의 관계야 반전이 거듭된다고 해도 뭐가 그리 대수이겠는가.

 


박재항 한림대학교 초빙교수, 대학내일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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