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YOLO(욜로)와 볼보(Volvo)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YOLO(욜로)와 볼보(Volvo)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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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단어 하나를 자기 것으로 가지고 있는 브랜드들이 있다. 모든 브랜드 마케터의 꿈을 이룬 소수의 브랜드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례로 오리온 초코파이를 든다. 강연하면서 ‘오리온 초코파이 하면 뭐가 생각나세요?’라고 물으면 조건반사처럼 거의 모든 청중이 ‘정(情)’이라고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정’이라고 하면 어떤 브랜드가 생각나세요?”라고 물으면 살짝 반응속도가 느려지기는 해도 거의 ‘초코파이’ 혹은 더 정확하게 ‘오리온 초코파이’라고 응답했다. 해외 브랜드 중 그런 특권을 누리는 브랜드를 하나만 뽑으라면 단연 볼보이다. 안전과 볼보의 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 1990년대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안전 부문에서 자신들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객관적인 지표들을 보여주고, 벤츠 차량 위에 트럭 몇 대를 쌓아도 끄떡없는 사진을 광고에 싣고 했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이후로는 볼보에서 안전을 빼앗아 오려는 시도를 본 기억이 없다.

한때 욜로 열풍이 일었다. 2011년 캐나다 출신의 드레이크(Drake)라는 가수의 노래 가사 중에 나와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YOLO”라는 줄임말을 쓰지는 않았지만,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은 1999년에 볼보의 ‘Volvo. Because you only live once’라는 광고 카피로 처음 만났다. 특정 자동차 모델의 제품 광고가 아닌 기업 이미지 광고 같은 형식이었다. 위험한 암벽 등반 같은 걸 해도 볼보라는 브랜드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전달하려고 했고, 그 의도는 충분히 성공했다. 볼보가 자동차라는 업종을 넘어서 우리 인생 전체의 안전을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자신감과 기원을 담은 광고라는 평이었다. 그 광고를 사례로 볼보는 건설, 보험, 식품 등의 다른 분야까지 ‘안전’을 브랜드 자산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강의에서 말하기도 했다.

본인이 인식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볼보 인쇄 광고의 카피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서 드레이크는 그걸 줄여서 ‘욜로’라는 단어를 선보였다. 먼저 북미 지역에서 유행어가 되고, 이어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되었다. 볼보에서는 자신들의 지적 재산권 혹은 창조자라는 걸 주장하려고 했는지 2013년 12월에 갑자기 그 문장을 다시 가져다가 제품 광고에 썼다. 중형 SUV인 XC60 모델의 헤드라인이 바로 ‘You only live once’였다. 광고에는 직접 쓰지 않았는데 스웨덴어로 쓰인 트윗에서 수줍게 ‘YOLO 광고로 달립니다. 힙(hip)하게 보일까요?’라며 욜로를 언급했다.

이미 2012년에 미국에서만 욜로 트레이드마크 신청이 100건을 넘었고, ‘욜로’라는 단어를 자신의 노래에 쓴 드레이크는 모자와 티셔츠에 욜로 단어를 새겼다며 지적 재산권 침해로 대형 유통업체와 소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욜로는 볼보의 영역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고, XC60 모델 광고에서 욜로 어쩌고 하면서 시대에 뒤처져버린 인상만 강하게 심었다.

“Right now, the safest place to be isn’t in a Volvo.” (지금 우리가 있을 가장 안전한 곳은 볼보 안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하던 2020년 3월 볼보에서 날린 트윗이다. 안전의 대명사인 볼보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인가. 감염 방지와 확산을 막기 위하여 외출을 삼가고 집에 있으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자신의 브랜드와 결부 시켜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림과 동시에, 자신의 ‘안전’이라는 브랜드도 겸손한 척하면서 강조했다. 자신을 낮추면서 올리는 반전의 한 사례라 할 만하다. 한물간 소비를 위한 트렌드로서의 ‘욜로’가 아닌, 한 번뿐이기에 더욱 안전이 강조되는 이제는 볼보가 다시 지난 세기의 광고 카피를 가지고 와서 욜로의 반전을 꾀해도 괜찮겠다.

 


박재항 한림대학교 겸임 교수, 대학내일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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