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보편과 희소의 반전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보편과 희소의 반전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2.01.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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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이중과세’라고 하면 보통 세금 관련한 낱말을 먼저 떠올린다. 단일 항목에 두 번 이상 중첩하여 세금이 부과되는 이중과세(二重課稅)를 가리킨다. 내가 먼저 접한 건 이중과세(二重過歲)였다. 양력과 음력으로 설을 두 번 쇠는 것을 말한다. 일제강점기로부터 시작하여 1980년대 중반까지 양력 1월 1일을 설로 쇠라고 정부에서 강제하면서 밀어붙인 논리 중의 하나가 선진국들이 그렇다는 것이었다. 공휴일로 양력 설을 맞이하지만, 음력 설에 차례도 지내고 성묘도 하는 집들이 다수 존속하면서 결국 ‘민속의 날’이란 이름으로 음력 설도 공휴일이 되었다. 그때 내세운 건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반된 이유가 나왔는데, 기업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벤치마크라고 경쟁자나 참고가 될만한 기업의 사례들을 조사한 경우가 많았다. 필수 과정처럼 되었었다. 벤치마크 자체는 논문의 literature review, 곧 문헌 연구처럼 자기주장의 정당성과 논리성을 획득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기도 하다. 그런데 벤치마크를 두고 아주 상반된 태도를 보여서 문제인 경우가 많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렇다.

"다른 애들이 뭐했는지 보자고. 우리도 그렇게 해야지."

아주 이전에는 이런 접근이 다수였다. 대부분의 경쟁자는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여겼고, 그래서 무조건 그들을 따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급의 기업들보다 얼마나 빨리 실행하는가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급수가 올라가면서, 그렇게 경쟁자들이 했던 것과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가면 이런 말을 한다.

"다른 애들이 이미 한 거잖아."

당연히 실행되었던 프로그램을 가지고 가면 안 된다. 문제는 모순이 되는 것 같은데, 같은 사람이 이런 말도 동시에 한다는 데 있다.

"좋은 아이디어라면 다른 애들은 왜 안 했지?"

이렇게 되면 아주 난감하다. 경쟁자가 한 것 같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는데, 그들이 한 것과 달라야 한다면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아예 벤치마크 결과를 얘기하면서 결론을 상황에 맞추어 큰소리로 외치곤 했다. 역시나 상충되지만, 상황에 따르니 줄타기를 해야 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른 애들 모두 했던 겁니다. 그러니 우리도 꼭 해야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아무도 이런 걸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합니다."

살펴보면 제품을 파는 방식에도 비슷하게 쓰고 있다. <잘 팔리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날까?>(로리 서덜랜드 지음, 이지연 옮김, 김영사 펴냄, 2021) 55쪽에 아래와 같이 풀어놓았다.

"많은 사람이 벌써 이걸 갖고 있어. 그러니 좋은 걸 거야."

"이런 걸 가진 사람은 별로 없어. 그러니 좋은 걸 거야."

'FOMO(Fear of Missing Out)'과 'JOMO(Joy of Missing Out)'가 들어맞는다. 누구나 먹으니까, 누구나 보고 있으니까, 누구나 읽으니까 소외되지 않으려면 해야 한다고 한다. 다수에 의해 이미 검증 받았다는 의미도 함께 들어간다. JOMO는 희소하기 때문에 착용하면, 먹으면, 읽고 아는 체하면 돋보일 거라고 한다.

보편성과 희소성의 얘기다. 히트 상품들도 대개 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소비 양극화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아주 싸서 누구나 쉽게 사서 먹고 얘기하는 커피가 있다. 반면에 너무 비싸서 감히 평소에 못 먹지만, 있어 보이려면 마셔야 한다는 커피가 있다. 대부분 제품군에서 적용된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다르게 자신을 위치하게 하고, 정의를 내릴 것인가, 곧 포지셔닝이나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에서 어떤 반전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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