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아메리칸 드림과 역효과(逆效果)를 내는 광고

[박재항의 反轉 커뮤니케이션] 아메리칸 드림과 역효과(逆效果)를 내는 광고

  • 박재항 대기자
  • 승인 2021.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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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타임스 박재항 대기자] 2005년 3월에 은퇴한 미국 CBS의 유명한 앵커인 댄 래더(Dan Rather)가 쓴 <The American Dream>이라는 책이 있다. 원래 2001년 초에 나온 책인데, 역경(逆境)을 뚫고 성공을 거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들을 찾아서 그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TV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사연들을 묶어서 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인종으로 치면 슬럼가에서 태어나 자라다가 의사가 되고, 영화감독이 되고, 한 달에 수십만 달러를 버는 증권업자가 된 흑인들이 가장 많이 나온다. 증권업자로 성공한 노숙자 출신의 얘기는 윌 스미스(Will Smith) 주연의 <The Pursuit of Happiness>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흑인들의 뒤를 이어서는 텍사스 농장 지역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멕시칸 이민자들 그리고 애팔래치아 산맥을 포함한 미국에서 가장 낙후되었다는 피폐한 남부 지역의 백인들도 자주 등장한다. 물론 다른 지역의 백인들 얘기도 나오는데, 그들은 주로 마약, 술을 하는 부모에게 버려진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TV 프로그램에서 다루지 못했던 깊이 있는 부분을 책을 통하여 보여 주겠다는 댄 래더의 의도는 순수하다. 그 자신이 텍사스 변방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역시 텍사스 주안의 무명에 가까운 대학을 나왔다. 그렇지만 어릴 때부터 기자의 꿈을 간직하면서 열심히 사니, 결국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꿈이 이루어졌다. 은퇴를 준비할 때가 되어, 꿈을 이룬, 축복에 찬 자신의 살아온 나날을 반추하면서 현재의 미국인들을 보니 그런 꿈이 없이 하루하루를 그저 허비하는 것 같았다. 그들에게 꿈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래서 이 나라 미국을 진정 미국답게 만드는 것이 그런 혜택을 누린 당사자로서 의무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내가 본 판본은 2001년 9.11 직후인 2001년 11월에 나온 것인데, 9월 11일 그날의 댄 래더의 행적과 함께, 이런 위기의 시대이기 때문에 ‘어메리칸 드림’과 같은 희망을 담은 꿈이 더욱 소중하다는 댄 래더의 새로운 서문이 실려 있다.

초인적인 의지와 꿈을 이루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역경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댄 래더의 의도와는 다른 미국이 내 눈에는 들어왔다. 미국 사회의 인종, 성(性), 계층에 대한 차별이 뿌리 깊고 구조적으로 형성이 되어 있어, 그런 것들을 떨치기가 힘들고, 사상의 자유 이면에 비공식적 검열 체계가 알게 모르게 강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현실이 더 강하게 띄었다. 내가 굳이 삐딱하게 보려 한 것도 아닌데, 진흙탕과 같은 환경에서 연꽃처럼 피어나 자기의 꿈을 이룬 이 책에서 다룬 사람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이다. 조사 용어로 치면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 아웃라이어(Outlier) 들이고, 거의 모든 사람들은 꿈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허비한다고 댄 래더가 혀를 차지만, 그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생존 자체가 힘겨운 형편이었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의 현실로 느껴졌다.

올즈모빌과 포드 광고 (위부터)
올즈모빌과 포드 광고 (위부터)

광고에서도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해석되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GM 올즈모빌(Oldsmobile) 'Not your father's Oldsmobile'이란 캠페인이 있다. '당신 아버지가 타던 그런 올즈모빌이 아닙니다'라고 하면서 새로워진 올즈모빌을 강조하려 카피에서 힘 있게 대놓고 얘기를 했는데, 결국 올즈모빌의 노후한 이미지를 새삼스럽게 강력하게 연상시켜 버리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포드(Ford) 자동차의 'Have you driven Ford lately'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 대사까지 똑같게 당시 모 자동차 판매회사의 사장님이셨던 유명 소설가의 형님이 직접 출연하여 '요즘 XX자동차 타보셨습니까?' 하면서 광고를 했는데, 결과는 양쪽 모두 왜 두 회사의 자동차들을 타지 않았는지 이유를 다시금 각인을 시켰다. 올즈모빌의 경우 'Not'에 주목하기를 바랐는데 'Father's'에, 포드와 한국의 모 자동차의 경우는 물음표 '?'가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온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자신의 약점이라고 하는 것을 극복하려는 의욕이 너무 강해서, 결과적으로 그 약점이 더 부각되어 버린 것이다. 부정에 부정을 하다 보니 듣는 사람에게는 긍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지나친 믿음과 의욕, 너무나도 꽉 짜인 메시지 구조는 차라리 그것을 보는 사람이 뭔가 빈틈을 찾거나, 아예 일부러 곡해하거나, 회피하도록 만들기 쉽다. 스스로 생각하고, 재(再) 음미, 재(再) 생산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글과 광고가 정말 고객과 읽는 사람을 배려하고, 자신의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는 길이 된다.

꿈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은 그렇지 못한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드림은 그것을 실현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기에 빛난다. 역경을 극복한 성공 스토리에서 소재이자 배경이 된 역경은 과연 어디에서 왔는가? 때로는 삐딱하게 일부러 반전을 찾거나 만들어서 볼 필요가 있다. 정(正)에 대한 반(反)이 있기에 합(合)으로의 진보가 이루어진다.

 


박재항 한림대학교 겸임 교수, 대학내일 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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